어떤 계절을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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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절을 좋아하나요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11.17 17:11
  • 호수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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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돌아보면 푸르기만 한 학창시절 첫 미팅에 마주한 소녀의 이름과 얼굴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날의 들뜸과 수줍게 나를 보며 던진 질문들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
 소녀가 마음에 들어 기억에 남은 게 아니라 처음으로 이성을 마주한 두근거림과 그날의 대화가 어렵지 않았음에도 쉬이 답하기 어려웠기 때문인 듯하다. 좋아하는 음악과 재밌게 본 영화와 책을 물어올 때 바로 답하지 못하고 고민한 것은 높지 못한 수준을 부끄러워해서 인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색과 계절을 물어올 땐 좋아하는 계절과 특정의 색을 꼭 집어 정해놓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얼버무린 것 같다.
 만약 지금의 나에게 그날의 질문을 다시 한다면 음악은 나이 때마다 무엇을 좋아했으며 지금은 어느 가수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길게 늘어놓다가도 상대가 꼭 한 가지만 택하라면 어렵지만 선택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와 책 또한 장르별로 주저리주저리 하겠지만 그래도 필요하다면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계절과 색의 선택은 누군가 물어올 때마다 다른 답을 할 것 같은 생각이다. 매년 더울 땐 겨울을 그리워하고 가을이 좋다가도 떨어진 낙엽을 치우다 보면 때로는 꽃 피는 봄을 그리는 변덕스러운 마음 때문이다. 봄의 녹색이 좋다가도 눈 시리게 푸르른 하늘을 만나면 반해버리고 코스모스의 연분홍에도 온통 정신을 뺏겨버리기 십상이니 특정한 한가지 색의 선택은 평생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항상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것도 어쩌면 한 번씩 그때그때 달라지는 희망과 욕심 때문은 아닐까. 한때는 먹는 것이 또 한때는 공평한 것이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희망하며 다음의 계절과 색을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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