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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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11.2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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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지난 13일 산청 묵곡 숲에서 900여 명이 모여 `생활 속 안전 지키기`를 주제로 걷기 대회를 하였다. 잔잔히 흐르는 경호강과 형형색색 물든 단풍을 곁에 두고 걸으며 지나는 모든 이와 나누는 인사에는 평소보다 진한 다정함이 느껴졌다. 들뜬 기분 탓인지 차가운 바람마저 싱그러웠고 `생활 속 안전 지키기`라는 캠페인 주제에 맞게 서로를 배려하고 간격을 지키며 걷다 보니 여느 걷기 대회보다 보람이 느껴졌다. 경호강을 건너 절반을 돌아오는 길에 선글라스를 착용하였는데 마주한 산과 단풍의 색은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만약 모든 나무의 단풍이 같은 색이거나 소나무처럼 푸르기만 하다면 지금의 가을 나무들이 이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철 푸른 나무 사이로 각기 다른 단풍은 언뜻 보면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똑같은 크기와 색의 잎은 없음을 알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자리를 가만히 지키는 나무와 숲은 인간의 세계와 참으로 닮아 보인다. 같은 종류의 나무와 풀들도 살펴보면 같은 크기와 색이 없고 주변에 다른 식물과도 잘 어울려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여 경쟁하며 살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사계절 내내 눈길만 돌리면 보이는 자연은 어떠한 순간에도 평온해 보이지만 인간의 삶은 많은 실망과 인정하기 싫은 모습들로 채워져 가고 있어 서글픈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최선을 다해 경쟁하며 살아가지만, 모양이 다르고 색이 달라도 절대 서로 못났다 다투지 않으며 서로를 빛내며 물 들어가는 단풍처럼 돈과 명예를 좇아 무한경쟁을 하여도 자신의 자리에서 남을 밟거나 밀치지 않으며 선의의 경쟁을 하라는 게 오늘 아름답게 떨어지는 단풍이 우리에게 전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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