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80세 기대수명 120세 시대에 나이 계산법은 자신의 나이에 0.7을 곱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계산법대로라면 은퇴 후에도 40대처럼 왕성한 활동이 가능하다. 실제로 은퇴 후 새로운 삶의 길을 개척하는 향우들이 많다. 젊었을 때 접어두었던 꿈을 꺼내 조심스레 펼쳐보기도 하고 바쁜 삶에서 잊고 지냈던 남다른 재능을 갈고 닦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도 한다. 중고차 전문가로 중고차매매조합에서 근무했던 최동진(65) 향우도 인생 2막을 멋지게 꾸미고 있는 향우 중 한 사람이다. 최근 이·미용 기술을 배워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중고차 관련 지식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재능기부 강의도 시작했다. "무언가를 배우고 또 배운 걸 나눌 수 있어서 하루 하루가 새롭고 재밌다"고 말하는 최동진 향우. 그의 인생 2막 이야기를 들었다.
어르신 머리 다듬어 주며 어머니 생각
최 향우는 올해 하남시 평생학습관에서 이·미용 기술을 배웠다. 12주 과정인 이·미용 기술과정에 등록한 이유는 호기심과 재미 때문이었다.
"우리 아들 머리를 내가 다 잘라줬었다. 친구들 머리도 잘라준 적 있는데 다들 마음에 들어 하더라. 그래서 언젠가 시간이 나면 정식으로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는데 마침 가까운 평생학습관에서 미용과정이 있어 듣게 되었다"
등록하고 보니 최고령 연장자에다가 남자로서는 유일한 수강생이었다.
"나는 자격증보다 미용기술을 배우고 싶어서 시작했기 때문에 즐겁게 배울 수 있었다. 수강 후 하남시 머리사랑 동아리에 가입해 매달 한 번씩 어르신들 머리 다듬어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매달 셋째 주 화요일마다 주야간보호센터에서 미용 봉사를 한다는 최동진 향우. 최 향우는 그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오른다며 "진작 배웠더라면 우리 어머니 머리도 예쁘게 다듬어 드릴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최 향우는 미용기술에 익숙해지면 다른 지역으로도 봉사영역을 확장해볼 계획이다.
중고차 구입 요령과 차량관리 노하우 전하는 강좌 개설
평생학습관에서 수업을 듣는 최 향우는 최근 재능기부 강사 제안을 받았다. 30, 40대 주부들만 가득한 평생학습관 수강생 중 60대 남자 수강생은 드문 편. 평생 학습관 관계자가 최 향우의 이력을 보고 재능기부를 요청한 것이다.
"중고차 시장에 오래 근무했고 또 지금도 중고차 매매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관련 상식과 정보는 전달해 줄 수 있을 거 같아 강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업무로만 해 오던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로 재능을 기부할 수 있어 뿌듯하다"
최 향우는 중고차 구매법과 자동차 자가 관리법, 자동차 사고니 대처 요령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내용으로 강의를 준비 중이다.
"내가 가진 노하우들을 잘 정리해서 책자나 유튜브를 만들어 볼 생각도 있다. 예전에는 먹고 사느라 바빠서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하나씩 배우면서 삶이 새롭고 활기차지는 걸 느낀다"는 최 향우. 그는 "배움엔 끝이 없고 꼭 그 배움의 목적이 나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웃과 나누기 위한 것일 때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인생 2막에 깨달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