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옥` 이름을 찾게 해준 그림과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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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옥` 이름을 찾게 해준 그림과의 인연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2.11.25 15:44
  • 호수 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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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옥 작가 첫 개인전시회 `내 마음의 노래`
오는 30일(수)까지 남해도서관 갤러리 꿈길에서
최 작가 "고창선 작가와의 만남, 그림으로 이끌어"

 누군가의 아내, 아내, 할머니 등으로 불리며 인생 대부분을 이름이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 세월이 지나 자녀들이 성장하고 내 삶을 되돌아본 어느 날, 그림과의 만남은 내 이름을 찾게 해준 사건이었다. 한 점, 두 점 쌓인 작품들을 선보이게 된 생애 첫 전시회는 `화가 최인옥(62·남해읍 평현마을)`이라는 정체성을 찾아줬다. 

최인옥 작가 첫 개인전 `내 마음의 노래`가 지난 15일부터 오는 30일(수)까지 남해도서관 갤러리 꿈길에서 열리고 있다. 최인옥 작가가 작품 〈앵강 바닷가〉를 설명하고 있다.
최인옥 작가 첫 개인전 `내 마음의 노래`가 지난 15일부터 오는 30일(수)까지 남해도서관 갤러리 꿈길에서 열리고 있다. 최인옥 작가가 작품 〈앵강 바닷가〉를 설명하고 있다.

그림과의 만남 전
 최인옥 작가는 농촌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랬듯 주로 농사를 짓고 집안일을 돌보며 살아왔다. 공직자인 남편을 만나 슬하에는 딸 3명을 두고, 자식농사와 함께 시댁도 챙겨가면서 자신보다는 50대 중반이 넘어설 때까지 누군가의 지원자로서 역할이 주어졌다.
 지난 20일 남해도서관 갤러리 꿈길에서 만난 최 작가는 "긴 세월을 어떻게 한 문장으로 표현하겠어요. 가정으로부터 행복도 컸지만 힘든 날도 많았죠"라며 "아이들을 전부 결혼시키고 제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무엇을 해야 할지도 꽤 고민했어요"라고 회상했다.
 
친언니와 같은 고창선 작가와의 만남
 긴 세월 동안 몸도 마음도 지친 와중에 찾게 된 수영장. 이곳에서 자신을 미술계로 이끌어준, 현재까지도 친언니처럼 지내는 고창선 작가와 첫 만나게 된다. 2015년 5월로 기억한다.
 최 작가는 남해군국민체육센터 수영장을 다니고 있던 고창선(현 설천면 문의마을 소재 돌탑갤러리 대표) 작가를 만났다. 운명처럼 그녀는 고 작가에게 다가가 "언니, 커피 한잔할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그것이 고 작가와 그리고 그림과의 만남의 시작이었다.
 두 사람은 수영을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고 자연스레 서로의 속이야기도 나눴다. 세 살 위 언니이자 선배 화가이기도 한 고 작가는 자신의 참여하고 있는 전시회의 도록을 보여주며 "그림을 배워보는 게 어때?"라고 권유했다. 고 작가도 그림을 그리면서 삶의 이유를 찾게 됐고, 본인을 상실한 채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생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인터뷰에 함께한 고 작가는 "최 작가가 붓글씨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림에 아주 문외한은 아니겠구나 싶어서, 또 딸들도 전부 출가시켰고 지금부터라도 본인의 인생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의하게 됐죠"라고 밝혔다. 
 그렇게 최 작가는 자의 반 타의 반,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처음 그림에 입문할 때는 얼마나 못 그렸겠어요? 그런데도 언니와 학원 원장님은 늘 응원하고 격려해줬어요"라며 "두 사람이 없었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나를 표현하는 `내 마음의 노래`
 한 점씩 작품을 완성하면서 그림에 재미를 느끼고 꾸준함까지 더해지니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주위의 동료 작가들과 가족들로부터 전시회 개최를 권유받게 된다. 
 최 작가는 "처음에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니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용기를 심어주셔서 전시회를 열 수 있게 됐어요"라며 특히 가족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는데 "딸들과 사위들이 갈수록 실력이 늘고있다면서 많은 응원을 해줬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심한듯하지만 남편도 제 작품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나 봐요. 오며가며 한 마디씩 감상평을 전해줬죠"라고 설명했다. 

화가로서의 삶을 그리며
 최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제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풍경이든 사물이든 매 순간 제가 지나온 것들을 표현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라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많은 축하를 받아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남해도서관에는 남녀노소 많은 군민들이 방문하는데, 제 작품을 통해 제 또래 혹은 평생 일만 하면서 살아온 이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울림을 전해줄 수 있길 소망해요"라며 계속해서 화가로서 인생을 가꿔나갈 의지를 다졌다. 덧붙여 최 작가는 "전시공간이 많이 부족한 시기인데, 전시를 허락해준 남해도서관에 감사드려요"라고 전했다.
 최인옥 작가의 개인전 `내 마음의 노래`는 최 작가가 경험한 자연과 사람 등 24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고, 지난 15일부터 오는 30일(수)까지 남해도서관 1층 갤러리 꿈길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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