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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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그리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12.06 11:47
  • 호수 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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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바다의 수평선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라고 한다면 대부분 도화지에 일직선으로 수평선을 표현하고는 배나 섬을 그린다. 하지만 사방이 망망대해를 접한 지역인 사이판이나 괌 같은 섬의 학생들은 도화지에 원을 그리고는 지나는 배를 그린다고 한다.
 같은 바다를 보면서도 표현이 다른 것은 육지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수평선은 한눈에 들어오며 직선으로만 보이고 사방이 바다인 곳에 사는 학생은 시야의 각보다, 큰 수평선을 따라 돌며 바라보면 대접에 담긴 물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둥글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고 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지구본이나 지도를 바라보며 우리가 사는 지구가 둥근 원임을 알게 되어도 결코 바다의 수평선을 원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건 실제로 바라본 바다의 수평선은 직선으로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의 세상살이가 어떤 부분에서 말도 안 되는 일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건 머리로는 둥근 수평선을 알고 있어도 실상의 현실에서는 수직의 수평선만 그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정책과 법률의 제정이 둥글게 연결되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직선으로 그리다 보니 세상의 모든 이해가 각지고 부딪히고 가시처럼 거칠어지고 있다. 
 어린 시절 불렀던 <앞으로>라는 동요 가사에는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가면은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라고 표현처럼, 둥근 지구에서 똑바로만 걸어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것이다. 직선으로 보이는 수평선이 다가 아님을 머리로는 알고 있듯, 내 처지에서만 보이는 어려움이 다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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