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담당관
상태바
오호담당관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12.08 17:43
  • 호수 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충국의 시대공감

 북한에서는 공산주의의 체제를 확고히 하고자 다섯 가구당 한 명의 오호담당관을 지정하고 있다. 전반적인 가정생활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간섭과 통제, 감시가 주목적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했고, 누구든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설령 그릇된 판단과 행동을 하더라도 법과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하지만 오호담당관이 어느 날부터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든 느낌이다.
 그 처음은 음식재료의 부정 유통이나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에서 누구나 고발을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유통기한과 원산지 표시 등으로 점차 넓혀지더니, 지금은 포상금까지 걸어가며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하게 하고 있다.
 이제는 일상생활이나 운전하다가 발생한 사사로운 시비와 불법행위도 신고자에게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며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익명으로 고발을 장려하는 실정이다. 나아가, 사업장의 불법행위 또한 포상금을 주면서 고발을 전문으로 돈을 버는 이른바 포상금사냥꾼과 이를 가르치는 학원까지 있다고 하니 고발의 왕국이 되어가는 현실이다.
 서로를 감시하고 신경 쓰고 살아야 하니 우선은 정화가 되는 듯 느껴지지만 불법행위자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기심과 개인주의를 더 부추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 부족한 것은 도덕심과 배려심인데 법과 제도만으로 사회질서를 유지하려고 하니, 너도 나도 오호담당관이 되어 버리고 있다. 법과 제도에 앞서 마음 깊이 가려진 양심의 거울을 꺼내 비춰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