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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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구이
  • 남해타임즈
  • 승인 2022.12.16 09:31
  • 호수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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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어린 시절, 우리 삼형제의 주 놀이터는 국제시장과 남포동 거리였는데 항상 배가 고팠고 시장에는 먹거리로 넘쳐나서 눈과 코가 항상 괴로웠다. 많은 먹거리 중 요즘도 그리운 음식이 많은데 유독 고등어구이만큼은 더욱 가슴을 아련하게 한다.
 구울 때 나는 강한 향과 술안주이거나 밥과 어울리는 음식이어서 왠지 어른들의 기호에 더 맞는 듯, 요즘 들어 문득 고등어구이가 그리웠다. 아내에게 부탁하니 흔쾌히 응했고, 내게는 고마움 그리고 어릴 적 추억이 떠올랐다.
 다음날 행복한 기다림은 실망감으로 돌아섰는데, 그 이유는 큰 갈치가 팬 위에서 싱싱함을 뽐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환한 미소로 "너무 좋은 갈치가 나와서 큰마음 먹고 사왔다"며 자랑했다. 서운함을 표현치 않고 맛나게 먹은 후 "고등어구이를 먹고 싶다"고 당부했다. 
 그 다음날 아침, 오백 원 동전만한 눈을 가진 볼락이 식탁에 올라왔다. 아내의 사랑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감동보다 서운함이 커 아내에게 고등어구이에 대한 사연을 설명했다. 그 다음날 마침내 고등어구이를 맛보자 마음이 풀린 나를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내 방식으로만 세상을 이해하고 맞추고 있지는 않은지,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맞추어 사랑하려 노력하고 있는지 말이다. 
 올해 큰 선거들이 있었는데 출마자들은 전부 군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과연 군민들의 작은 가려움에도 귀를 기울이기는 했을까? 나아가 긁어주는 척이라도 했을까? 내가 행하는 봉사가 대중을 위한다고 착각하지는 않았을까? 
 고등어구이를 먹으며 또, 너무 내 목소리만 높인 건 아닌가 자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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