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등·하굣길` 위한 아이들 제안에 어른들이 화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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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등·하굣길` 위한 아이들 제안에 어른들이 화답하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12.23 14:41
  • 호수 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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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초 `학교안전매핑 프로젝트` 1년간 진행
위험지역 개선요구에 발빠른 행정조치로 호응
"우리가 공부해 제안한 대로 바뀌니 신기해요"
마을 안전지역과 위험지역에 대해 조사하기.
마을 안전지역과 위험지역에 대해 조사하기.

 상주초등학교 아이들이 안전한 등·하굣길을 만들기 위해 상주마을 안전지킴이로 나섰다. 
 상주면 상주초등학교(교장 하남칠) 5학년 학생들은 올 3월부터 두 학기 동안 학교안전매핑 동아리 `상주마을지킴이`를 결성하고 안전한 등·하굣길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를 담아 학생들은 상주초 주변 위험한 곳 두 곳에 안전시설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는 글을 지난달 11월 남해군청 홈페이지 `군수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올렸다. 12월 초에는 김승겸 상주면장과 장충남 군수를 차례로 만나 건의사항을 말하고 CCTV와 가로등 같은 안전시설 설치와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대형 마을지도에 안전요소와 위험요소 표시하기.
대형 마을지도에 안전요소와 위험요소 표시하기.

위험·안전 표시한 등하굣길 지도
 상주초 5학년 아이들이 `안전한 등·하굣길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올 3월 초다. 배성철 담임교사가 학교안전매핑 동아리를 먼저 제안했다. 제안을 들은 학생들은 등·하교를 하며 보고 느끼고 겪은 일들을 쏟아내며 오히려 교사에게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나섰다고 한다. 아이들은 동아리 이름을 `상주마을지킴이`로 정하고 먼저 마을 곳곳을 다니며 안전 위험 지점을 찾았다. 5월부터 전체적인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모둠별로 영상과 인터넷, 문헌 등을 통해 안전매핑 영역과 방법에 관한 조사를 했다.  
 6월에는 마을 현장을 3개 코스로 나눠 3일간 등하굣길을 중심으로 길의 위험요소와 안전요소를 조사하며 자료를 수집했다. 현장 탐방 과정에서 자연스레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어른들은 `밤에 빠지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마을 논 쪽 둠벙`을 조심하라고 일러주기도 했다. 학생들은 탐방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했다. 배성철 교사는 "안전매핑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 아이들의 토론문화가 자리를 잡았다"고 말한다.  

상주초 5학년 아이들이 장충남 군수를 만나던 날.
상주초 5학년 아이들이 장충남 군수를 만나던 날.

 무더운 날씨와 지루한 자료정리 과정 등 프로젝트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도 많고 그만두고 싶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온라인 매핑을 마무리하고 10월에는 오프라인 안전매핑 결과물까지 발표를 마쳤다. 미술시간에 학생들은 태블릿을 이용해 대형 마을지도를 디자인하고 그 위에 안전요소와 위험요소 표시를 했다. 이렇게 해서 대형 오프라인 지도 위에 온라인 매핑 내용을 옮겨 담아 `상주마을지킴이의 안전한 등굣길`이 완성됐다. 
 이 지도는 마을공방 `플랜포히어`의 도움으로 안전매핑 손수건으로 제작해 배부했다. 또 교내는 물론 지역주민과 관광객들도 볼 수 있게 대형 안전매핑 게시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하루빨리 마을 안 위험지점의 위험요소를 없애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더해지면서 `군수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상주면장, 군수와의 대화도 성사됐다. 

면장·군수 직접 만나 답변 들어
 먼저 지난 7일 김승겸 상주면장을 만난 아이들은 상주초 앞 과속 단속 CCTV 설치, 상주면 상상놀이터 근처 골목길 가로등·난간·CCTV 설치, 상주초 정문과 하나로마트 사이 길 인도와 차도 분리 등 3가지 사항을 건의했다. 김승겸 면장은 상상놀이터 근처 골목에 CCTV 3개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하고 가로등과 난간 설치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또 상주초~하나로마트 길 탄력봉 설치, 과속단속 카메라 예고표지판 설치, 학교 후문 통행길 정비와 다리 설치를 도청에 제안하겠다고 말하고, 학교 앞 횡단보도 위치 변경을 약속했다. 이 일정이 잡히기에 앞서 11월 말에 학교 정문 앞 CCTV가 설치됐으며 면담 후 곧 횡단보도 위치 변경 공사가 진행됐다. 

 지난 9일에는 장충남 군수와의 면담이 이뤄졌다. 게시판 글을 보고 아이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제안을 군에서 먼저 담임교사를 통해 전했다고 한다. 장충남 군수는 관련 부서 국장 및 팀장들과 함께 아이들을 맞이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조사한 상주마을 안전 문제를 설명하고 시설 개선을 제안하고 군 관계자들의 답변을 들었다. 장충남 군수는 경남도청과 관계된 다리 설치 문제는 장기계획으로 추진하고 그 외 제안들은 바로 조치해주기로 약속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상주초 5학년 학생들은 "우리가 공부해서 제안한 게 실제로 바뀌니까 신기하다" "가로등 설치가 농작물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관련된 문제인 걸 알았다" 등의 소감을 말했다.
 배성철 교사는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이 사회 교과서 한 권을 다 배웠다고 할 만큼 성큼 성장했다"며 "아이들의 프로젝트에 지역사회가 화답하면서 미미할 뻔했던 프로젝트 효과가 100배는 커졌다.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됐다"며 지역사회에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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