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노도와 어머니 향한 그리움의 물길
상태바
고향 노도와 어머니 향한 그리움의 물길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12.23 14:55
  • 호수 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옥연 작가 수필집 『물길』 출간

탈고를 하고 나니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그림자도 가까이 있으면 짙은 법이라
끈 놓지 않고 그 주변을 맴돌아도
글쓰기는 여전히 두렵고
튼실하지 못한 결실이라
부끄러움은 덤으로 세상에 내보낸다.

대책 없이 한세상 돌고 나면
자력이 생기려나
듣고 보았던 옥 같은 말씀들을
속삭이듯 편안하게 풀어낼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또 한 고개 넘기고 만다.

-`작가의 말`에서

 

 

 

 노도 출신 향우 최옥연(사진) 작가가 세 번째 수필집 『물길』(작가시대)을 냈다. 
 최옥연 작가는 이번 수필집에 「일회용 밴드」 「어머니의 바다」 「이불을 말리며」를 비롯해 총 33편의 수필을 5부로 나눠 담았다. 책이나 이불 등 물건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작가의 습관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 코로나 팬데믹으로 달라진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 바쁘고 버거운 삶 속에서도 깨달아지는 통찰들이 빼곡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물길`이라는 수필집 제목에도 드러나듯이, 남해의 푸른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가난했지만 정겨운 유년시절을 보낸 고향 노도, 그곳에서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구순의 어머니와 `물길`로 닿아있는 작가의 정서적 유대감이다. 대처로 내보낸 자식들 사진을 `일회용 밴드`로 벽에 붙여 가족 역사관을 만든 어머니. 그런 어머니에게 `일회용 밴드`는 몸에 난 상처가 아닌 `그리움이 깊어져 남을 마음의 상처를 예방하는 예방의약품`이다. 
 작가는 도시의 안락함이 몸에 안 맞는 옷인 양 마다하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에도 한사코 고향 섬으로 가시던 어머니와 동행하며 마음 졸이지만, `어머니가 유배지 같은 섬을 머잖아 떠나게 될 그날은 내 고향 앵강만의 바다의 물길도 윤슬로 반짝이기`를 바란다. 
 현재 울산에서 살고있는 최옥연 작가는 2002년 『울산문학』 신인상, 2004년 『현대수필』에 「빈집」으로 등단했다. 2012년 울산문학 올해의 작품상과 2018년 울산문학상을 받았다. 수필집 『노도 가는 길』 『틈이 생길 때마다』를 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