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리니
상태바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리니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1.02 16:19
  • 호수 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 이현숙 칼럼니스트
이  현  숙칼럼니스트
이 현 숙칼럼니스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늘 팍팍하다. 더구나 각국의 경제안보에 위협이 될 정도로 중대한 사건이 발생한 올해는 서민 생활의 고초가 유달랐다. 세계 식량 창고, 세계 에너지 창고를 담당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그 여파로 곡물과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 세계 물가를 압박했다. 
 이를 반증하듯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6.3%로 정점을 찍고, 이후 하향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전체 평균은 5.1%에 달한다. 금년에 물가가 얼마나 가파르게 상승했는지는 2019년 0.4%, 2020년 0.5%, 2021년 2.5%와 비교해 보면 안다. 그만큼 주부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농축수산물·가공식품 가격표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로 나뉘는데, 경제 동향 분석이나 경제정책 수립에 필요하다. 문제는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생필품 가격의 상승은 저임금 월급생활자 가계에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해 주는 이론이 `엥겔의 법칙`이다. 가계의 소비지출은 크게 식료품비, 피복비, 주거비, 광열비, 문화비로 나뉜다. 그런데 저소득 가계일수록 전체 생계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 소득 수준이 낮으면 생계비의 대부분이 식료품비로 충당되므로 먹고 사는 것 외에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그중 물가상승률이 92.4%에 달하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서민들이 겪는 고통을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폭락한 튀르키예(터키)도 물가상승률 85.5%를 기록했다. 비료·사료·농기자재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데 일 년 새 채소류 가격이 150% 상승했다고 한다. 전체 비료 수입량의 4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안정적인 수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국의 다변화를 꾀함이 타당하다.

 한국처럼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원자재 품귀나 원자재 가격 불안정 등 해외 시장의 변수에 민감하다. 제조업체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생산비 증가에 따른 부담으로 기술 연구개발이나 시설 투자에 소극적이 된다. 물론 원자재 가격의 상승분은 제품가에 반영되어 물가 인상을 부채질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물가 상승 폭만큼 실질소득이 감소하므로 최대한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결국 물가 상승은 가계 씀씀이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생산·투자 의욕과 활동을 약화시키며 경기 둔화나 침체를 초래한다. 
 이에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긴축통화정책에 돌입하여 기준금리를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3.25%로 인상했다. 그러자 당장 주택담보대출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8%에 육박한 지금, 일 년 전 3%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이자 폭탄을 맞은 셈이다. 일관성 없는 부동산 정책에 식겁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금리 정책의 향방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각자 빠듯한 살림살이에 허덕이면서도 나라 살림에 대한 염려를 떨치지 못한다. 행여 허튼 곳에 혈세가 낭비될세라 나랏빚이 늘세라 노심초사하는 까닭은 후손들에게 `빚쟁이 나라`의 불명예를 유산으로 물려줄 수 없다는 공통된 생각에서 비롯된다. `유권자가 왕`이라는 사탕발림에 식상한 지는 이미 오래전이지만, 혈세를 자신의 주머닛돈으로 여기는 자들의 후안무치는 여전히 진행형이라 걱정은 걱정이다. 
 서민들의 바람은 매우 소박하다. 여성과 노약자가 마음 놓고 나다닐 수 있으며 청년들이 일하고 공부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안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나라, 일터에서 목숨을 걸지 않고도 성실하기만 하면 의식주는 해결되는 나라, 계층 간 경제 격차가 사회 통합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나라, 세금 도둑이 사라지고 국민의 혈세가 적재적소에 투명하게 사용되는 나라. 공정과 신용의 토대 위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는 나라, 이런 나라를 만드는 게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묵은해를 떠나보내며 새해에는 한국인의 가슴과 가슴마다 작은 소망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