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직업·역량 다양한 귀촌인들,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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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직업·역량 다양한 귀촌인들,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1.02 16:34
  • 호수 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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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구생활 3 | 남해읍 섬호마을
강진만과 접해 있는 남해읍 섬호마을 전경. 〈사진제공: 이종호 남해군청 관광정책팀 주무관〉
강진만과 접해 있는 남해읍 섬호마을 전경. 〈사진제공: 이종호 남해군청 관광정책팀 주무관〉

 남해읍 섬호마을은 귀촌인들이 정착해 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남해군 대부분 마을이 봉착하고 있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섬호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여느 마을과 다른 점이라면 최근 5년 동안 귀농·귀촌으로 전입한 인구가 총 14가구 28명이다. 그래서 마을 인구는 2022년 현재 기준 61가구 112명이다. 아이 울음소리 들은 지는 오래고 고령자들이 돌아가시면서 인구의 자연감소율이 점차 늘어감에도 전입인구 덕에 주민 수가 5년 전인 2017년 57가구 117명에 비해 별 다른 변동이 없다. 
 
읍 가까운 청정마을, 귀촌인 늘어
 조병래 이장은 "마을이 읍 중심 생활권에 있고 자연환경이 청정하다 보니 귀농?귀촌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점은 그 덕에 20세부터 64세까지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인구가 전체 59%를 차지해 마을일을 해나갈 젊은 층 일손이 많다는 것. 이를 발판삼아 섬호마을은 마을의 활기를 되찾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섬호마을은 마을 전체가 북동쪽의 강진만 해역을 바라보고 있다. 남서쪽 마을 뒤편에는 야트막한 작은달구산과 큰달구산이 자리하고 있다. 작은달구산과 큰달구산 사이 골짜기를 적계골(적개골)이라 하고 적계골에서 만나는 해변 일대를 적계라 불렀다고 한다. 예전에는 `갯가 마을`, `갯가 촌놈 마을`이라는 방포라 불리다가 1900년 초에 `두꺼비 섬`(蟾)자와 `호수 호`(湖)자를 써서 섬호로 동명을 바꿨다. 함안조씨 집성촌이기도 하다. 
 주민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한다. 마을 내 주요 경작지는 적계골 주변 논밭인데 경작지 부족으로 인근 초양 들과 토촌 들에서도 농사를 짓는다. 벼농사 외에도 마늘, 시금치, 단호박, 옥수수 등을 기른다. 부 수입원은 어업으로 피조개, 굴 바지락, 꼬막 등을 갯벌에서 채취하는 영세한 수준이며 배가 한 척도 없다. 마을 사람들이 말한 표현 그대로 옮기면, 섬호마을은 `그저 생업에만 종사하며 옛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사는 너무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지난 16일 오전 섬호마을회관에서는 조병래 이장을 비롯한 마을주민들이 모여 동회를 열고 마을의 주요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섬호마을회관에서는 조병래 이장을 비롯한 마을주민들이 모여 동회를 열고 마을의 주요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이장·총무부터 노인회장까지 귀촌인
 이 조용한 시골마을에 귀촌인 바람이 불었다. 현재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조병래(60) 씨와 아내 박종숙(59) 씨는 2015년에 귀촌했다. "그런데 귀촌한 그해 말에 해외여행 간다고 집 비운 사이에 마을개발위원회에서 저를 이장으로 추천했지 뭡니까." 조병래 이장의 말이다. 당시 그는 마을 사정을 전혀 모르는 이가 이장을 할 수는 없으니, 한 2년 청년회장을 맡아 마을과 마을일을 알고 나서 마을을 위해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귀촌 후 2~3년 만에 이장직을 맡았다. 그만큼 조 이장이 마을 사람들에게 신망을 얻었다고 해야 할 듯. 마을 총무인 박홍주(62) 씨는 5년 전 집을 짓고 2년 전 이 마을에 정착했다. 지금은 마을 재정 일체를 관리하고 있다. 

동회에 참석하기 위해 마을회관에 모인 섬호마을 주민들.
동회에 참석하기 위해 마을회관에 모인 섬호마을 주민들.

 마을일에 앞장서는 귀촌인은 이들만이 아니다. 부산은행 지점장 출신인 서상길(75) 노인회장은 남해 지인 집에 다니러 왔다 2011년에 귀촌했다. 현재 남해 625&월남전 참전유공자 흔적남기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민요 전수자인 손명옥(62) 씨는 섬호마을 새마을부녀회장이다. 부산에서 거주하다 10년 전 귀촌한 손명옥 부녀회장은 남해문화원, 노인대학 등에서 경기민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보물섬 아리랑제` 공연을 경기민요단원들과 함께 올리기도 했다. 비 오는 날에는 마을 경로당에 모인 어르신들에게 맛 좋기로 유명한 광두마을 막걸리를 대접하며 구성진 경기민요를 뽑아내니, 마을 사람들이 눈호강, 귀호강 하는 날이라 입을 모은다고. 김종창(62) 어촌계장은 상선 선장에 해양수산부 안전자문위원 등 바다 관련 일을 두루 거친 바다 전문가다.
 그렇다고 이들이 처음부터 손쉽게 마을에 정착한 것은 아니다. 조병래·박종숙 이장 부부도 귀촌하고 처음엔 서로 다른 생활방식이나 습관, 관심사로 인해 마을사람과의 왕래가 어려웠다고. 새로 들어온 도시사람들에게 부담스럽던 관심은 차츰 인정으로 바뀌고 서로 마음을 터놓을 정도가 됐다.

이번에 섬호마을에 귀촌한 김철용(54) 씨가 동회에 참석해 동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손해평가사인 김철용 씨는 함안에서 살다 지난 7월 섬호마을 귀농인의 집에 가족과 함께 입주했다.
이번에 섬호마을에 귀촌한 김철용(54) 씨가 동회에 참석해 동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손해평가사인 김철용 씨는 함안에서 살다 지난 7월 섬호마을 귀농인의 집에 가족과 함께 입주했다.

 귀촌인과 선주민들의 가교 역할을 해준 이는 토박이 조길래(57) 씨와 귀촌인 1호 최이안 씨다. 최이안 씨는 마을 어르신들을 공경해 어르신들이 귀촌인에게 갖는 인상을 좋게 만든 장본인이다. 조병래 이장은 "이 두 사람 덕에 귀촌인들이 마을에 적응하기가 쉬워졌다"고 말한다. 음식 나눠먹기도 알게 모르게 큰 역할을 했다. 조 이장은 마을 선주민 가운데 일할 사람이 없어 귀촌인들이 마을일을 맡아 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조 이장은 "무엇보다 여기 오래 사셨던 분들과 들어오신 분들이 서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적절히 조화시키는 게 가장 좋다"면서 "갈등 해결하는 방법을 잘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섬호마을이 어떻게 갈등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남해 귀촌 1번지를 꿈꾸다
 귀촌인 정착으로 한층 젊어진 섬호마을은 여러 마을사업 추진이 한창이다. 추진력 있는 이장을 중심으로 2023년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이 그것이다. "지금 이대로 가면 마을이 10년도 안 돼 소멸될 수도 있어요. 지금 이만큼이라도 유지하는 게 숙제예요. 인정 넘치는 어촌마을을 보존하고 싶습니다." 
 섬호마을은 무엇보다 30~40대 외지인도 많이 들어오는 귀촌 1번지를 만들고자 일자리와 소득사업에 주안점을 두려고 한다. 올해 초에 만든 영농조합법인을 제대로 된 마을기업으로 키워볼 생각이다. "양식어업은 힘들지만 갯벌과 휴경지를 적절히 활용해 체험과 캠핑을 결합한 사업을 준비중입니다." 또 마을에서 나는 싱싱하고 맛좋은 식재료와 손맛 좋은 마을 어르신의 반찬솜씨를 버무려 독특한 맛의 깻잎장아찌, 톳·마늘장아찌, 바지락·굴 젓갈 등 반찬사업도 추진한다. 꼬막장은 전문 셰프와 협업해 레시피와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이 과정은 KBS창원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됐다. "꼬막장에 시금치, 콩나물을 넣은 비빔밥은 전주비빔밥보다 맛있어요."
 남해 귀촌 1번지를 꿈꾸는 섬호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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