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찬찬히 보고 시 소리내어 읽는 이들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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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찬찬히 보고 시 소리내어 읽는 이들 많아지길"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1.02 17:29
  • 호수 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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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남해시대 시화 연재 마친 김형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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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뜰에 놀러오세요` 코너에서 46회 총 92편의 시와 그림 선보여

김형득 작가의 시와 그림 연재 코너 `우리집 뜰에 놀러오세요`가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친다. 지난 2월 4일 시작해 마지막인 12월 29일까지 46주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발표한 글과 그림이 총 92편(각 46편)이다. 김형득 작가가 매주 시와 그림을 통해 들려준 꽃과 풀과 나무와 뜰 그리고 사람 이야기는 남해시대 독자들에게 따뜻하고 잔잔한 서정과 위로를 선사했다. 지난 23일 김형득 작가를 만나 연재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들었다. `아름다움이 우리와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는 그의 믿음처럼 2023년 계묘년에는 세상의 아픔과 슬픔과 분노를 치유해줄 아름다운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주>

김형득 작가가 지난 1년간 남해시대에 연재한 시화 코너 `우리집 뜰에 놀러오세요`를 마치고 그간의 소회를 들려주고 있다.
김형득 작가가 지난 1년간 남해시대에 연재한 시화 코너 `우리집 뜰에 놀러오세요`를 마치고 그간의 소회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46주간 글과 그림 총 92편을 남해시대에 연재해주셨다. 독자들을 대신해 감사를 드린다 = 제 글과 그림을 이렇게 연재해주고 읽어주셔서 오히려 고맙다. 제 생각에 주변 작은 뜰이나 화분에 가꾸는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자연과 생명의 이치가 담겨 있다. 그 뜰과 화분에서 자라는 꽃, 나무들을 가꾸면서 생로병사, 태어나는 모든 것들은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사는 일도 죽는 일도 조금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봤다. 생각보다는 반응이 많지는 않았지만 몇몇 분들로부터 잘 읽고 있다는 말씀을 듣고 반가웠다.  
 
특별히 뜰에 핀 꽃과 나무를 소재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주셨다. 연재 코너명도 `우리집 뜰에 놀러오세요`였는데,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됐다고 보시는지 = 저는 원예치료를 하는 사람이다. 올 7월에 돌아가신 틱낫한 스님의 말씀처럼 정원을 가꾸는 건 꽃, 나무를 가꾸는 게 아니라 마음을 가꾸기 위한 것이고, 자기를 비워서 통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정원에서는 온갖 생명이 싹트고 꽃피고 벌레 먹고 열매 맺고 겨울 되면 잎이 지고 흙으로 돌아간다. 이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우리 인생도 정원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제 시와 그림을 읽고 받아들이는 건 또 독자의 몫일 것이다. 
 
올 1년간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 = 올해 특별히 한 건 없다. 올해 환갑 맞아 연초에 시집을 내고 1월과 10월에 시화전을 남해도서관에서 했다. `시섬` 문학동아리 활동 하고 도서관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마음의 뜰 가꾸기`, 군청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원예수업, 경로당 원예수업 등을 했다.  
 
연재하시면서 어려움이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 예쁘고 우아한 꽃, 웅장한 자연과 정원에서 시가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 걸 그리면 오히려 내 작품, 내 자식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맨날 사랑이야기만 쓰느냐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 나는 사랑이야기만 쓴 게 아니고 그 안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묻어놨다. 그걸 본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또 하나, 사람들이 시를 읽을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자기 말이 앞서서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는 것과도 같다.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시를 한번 읽어볼게 하시는 분이 드물다. 일종의 소통 부재다. 사실 사람들이 외롭기도 하고 자기 말할 기회, 자기를 드러낼 기회가 별로 없다. 시를 소리내어 찬찬히 읽어봤으면 좋겠다. 
임인년이 가고 계묘년을 앞두고 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하실 말씀은 ^ 제 시와 그림을 읽어줘서 고맙다. 찾아서 봐준 분은 더 고맙고 기다려주신 분이 있다면 더더욱 고맙다. 제 시와 그림을 1년간 실어준 남해시대에도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  


 

상처는 꽃자리

 

갈라진 시멘트벽 틈바구니에서
국화꽃이 삐져나와 수북이 피었다

깨져서 틈이 벌어졌는데
흘러나오는 것이 꽃이라니

내 가슴에 품은 상처 모두 터지면
꽃 온통 쏟아져 
꽃 사태 나겠네

*소재 제공: 설천 돌탑미술관 고창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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