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길 진가를 알아본 남자,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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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길 진가를 알아본 남자,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다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3.01.13 13:37
  • 호수 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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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남찬원 남해관광문화재단 바래길문화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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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찬원 바래길문화팀 대리, 15개 지자체 중 최우수 평가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받아

2020년 남해바래길2.0이 본격화되고 3년차를 맞이하는 동안 바래길은 거리, 코스, 관리, 프로그램, 행사, 각종 공모사업까지 모든 것이 변화·발전해오며 눈부신 성장을 이룩해왔다.
여기에는 바래길의 숨은 주역인 지킴이들이 매일같이 길을 정비해온 수고도 있고 남해군청과 남해관광문화재단의 행정적 지원도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 이를 관리하는 남해관광문화재단 바래길문화팀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대한민국 최고의 길 전문가로 손꼽히는 윤문기 팀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있고,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팀원인 남찬원 대리의 역할도 무시할 수가 없다. 
이에 본지는 지난 10일 남해바래길탐방안내센터에서 남찬원 대리를 만나 바래길 실무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바래길과 업무 고충, 향후계획, 바라는 점, 남해로 오기까지의 개인사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남찬원(바래길 101호 완보자) 남해관광문화재단 바래길문화팀 대리가 바래길 전 코스를 완보하면 받을 수 있는 배지 모음집(왼쪽)과 바래길 굿즈(아기 배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남찬원(바래길 101호 완보자) 남해관광문화재단 바래길문화팀 대리가 바래길 전 코스를 완보하면 받을 수 있는 배지 모음집(왼쪽)과 바래길 굿즈(아기 배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남찬원 대리가 지난해 12월 20일 코리아둘레길 조성 사업에 크게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남해바래길은 코리아둘레길 중 남파랑길에 해당하는 코스가 160㎞나 겹치기 때문에 절반 이상이 바래길이자 남파랑길이다.
 특히 코리아둘레길 쉼터사업을 시행한 15개 지자체 중 장관상을 받은 다른 지자체도 있지만, "남해바래길은 상상만 하던 길이 구현된 곳"이라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의 평을 보면 최우수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남 대리는 "여러 지자체 중 남해군에서 받은 게 더 뜻 깊다. 남해군청과 남해관광문화재단, 윤문기 팀장님이 함께한 덕분에 수상할 수 있었다"며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래길2.0 사업 시행 이후 보람되고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일까? 남 대리는 "약초홍보관을 남파랑길여행지원센터(쉼터)로 재탄생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해바래길여행탐방안내센터 옆에 위치한 약초홍보관은 2013년 준공 이후 사실상 방치에 가까웠기 때문에 이를 코리아둘레길 사업과 접목시켜 실무를 추진한다는 점이 쉬운 일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남 대리는 "현재는 바래길문화팀에서 추진하고 있는 걷기와 접목시킨 웰니스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교육관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여행자들의 쉼터로서 자리 잡아 바래길, 남파랑길을 이용하는 여행자들이 많이 방문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무자 입장에서 아끼는 코스
 남해바래길 101호 완보자인 남 대리는 2021년 4월 6일부터 같은 해 6월 6일까지 총 10일에 걸쳐서 남해바래길을 완보하며 6월 12일 인증을 받았다. 바래길 완보자로서, 또 실무자로서 가장 아끼는 코스는 어디일까?
 남 대리는 과거 경기문화재단에서 경기옛길 업무를 추진했던 이력을 갖고 있다. 바래길 업무를 위해 2021년 3월 남해관광문화재단에 입사하면서 남해군으로 전입한 터라 외지인으로서, 또 길 전문가로서 바라본 바래길에 대해 답했다. 
 남 대리는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할 때는 `역사문화탐방`을 주제로 경기옛길을 만들어 나갔다. 그 가운데 2015년 바래길을 처음 알게 됐는데 `자연경관중심걷기` 코스로 유명하다고 들었다"며 "경관이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 궁금했는데, 처음 바래길을 접하고선 그럴 만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해의 산과 바다, 오밀조밀한 집들이 모인 마을, 남해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고사리밭을 거니는 고사리밭길(4코스)를 추천한다. 또, 그동안 비교적 덜 알려졌던 앵강만을 조명하는 앵강다숲길(10코스)도 남해의 자연풍광을 즐기기 좋다"며 "바다를 너무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는 바다노을길(13코스)도 좋아하는 코스"라고 소개했다. 
 
비보이 댄서 출신, 국문학 전공
고전문학 석사, 민속학 박사

 남 대리가 현재 바래길 업무를 담당하기까지 개인사를 보면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남 대리는 중학교 1학년 시절부터 접한 춤(비보잉)에 빠져 댄서(비보이)의 꿈을 꾸게 됐다. 춤에 매진했지만 그 가운데 공부를 꽤나 잘한 덕에 다른 친구들과 달리 대입 수능을 잘 치르고 경희대학교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20대 초반까지는 비보이에 대한 꿈을 간직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군대를 다녀오고 3학년에 복학한 다음부터는 공부에 매진했다.
 그 결과, 대학에서 전공교수로부터 인정받아 고전문학 석사,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민속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희소성이 높은 학문을 전공하면서 2014년 8월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그는 문화콘텐츠·국문학·고전문학 등을 가르치는 겸임·초빙교수까지 수년간 강의한 이력이 있다.
 그러면서 접하게 된 것이 경기옛길 사업이었고, 경기문화재단에서 전문연구원으로서 조선시대의 고문헌을 해석하고 경기도의 옛길을 현대화시켜 복원하는 일들을 해왔다. 
 남 대리는 "석사과정에서 대학원 조교로도 일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지역사회, 지역문화에 눈을 뜨게 됐다"며 "지역문화를 콘텐츠로 만들고 이를 현실화시키는 일을 하면서 흥미를 느끼게 됐다. 그것이 길과의 인연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옛길 6개 중 절반 가까이를 만들고, 정교수로서 목표도 있었기에 경력을 쌓아가던 와중에 2018년 말까지 강의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가졌다. 
 
아내와 자녀 모두 남해행
 전국에서 길을 만들고, 남 대리만큼 이력을 가진 길 전문가는 드물다. 그러나 그는 잠깐의 휴식기 동안 남 대리는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을 했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거주하던 삶을 접고 남해행을 택한다. 
 그는 "오래전부터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막연했다. 지친 것도 사실이었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보다 젊을 때, 또 지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고민도 있었다"며 "남해관광문화재단이 설립되고 바래길과 관련해 직원 채용 소식을 접했다. 이후 곧바로 원서를 제출했고 합격에 이르렀다. 그렇게 제가 먼저 남해로 오게 됐고, 이후 아내와 자녀를 설득해 모두 남해에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 대리의 남해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남 대리는 자신의 의사를 존중해준 가족들의 양보에 항상 감사하다는 입장이다. 덧붙여, 남해관광문화재단에서 가족구성원 전부가 남해로 전입한 사례는 현재까지 남 대리의 가족이 유일하기 때문에 더 남해군 입장에서는 귀하다고 볼 수 있다.
 
"바래길에서 군민들 만나고 싶어" 
 바다와 길이 좋아 남해를 택한 남찬원 대리는 "바래길이, 남해군이 지니고 있는 자연경관자원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자연경관을 잘 조망할 수 있고,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콘텐츠를 갖추려면 예술문화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지금도 하나씩 잘 해내고 있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래서 남 대리가 주축이 돼 시도한 것 중 하나가 지난해 가을 여러 차례 시도해 호평을 받은 남해바래길 작은음악회 클럽앵강이었다. 이는 고품격 음악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접목시킨 좋은 사례이다.
 아울러 남 대리는 "바래길은 사진으로 봐도 아름답지만, 실제 걸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군민들을 비롯해 군청 공무원들도 많이 걸었으면 좋겠다"며 어느 부서에서든 우리 바래길 사업에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 제가 소망하는 것은 관광객, 여행자 등 외지인들이 남해바래길을 걷는 것도 너무 감사하고 좋지만, 바래길 위에서 모든 남해군민들을 만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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