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윤마을, 전통어업 활용 어촌체험마을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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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윤마을, 전통어업 활용 어촌체험마을로 다시 태어난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1.13 14:24
  • 호수 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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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구생활 4 | 창선면 부윤2리
부윤2리 마을 전경. 마을 왼쪽으로 구도가 보인다. 〈사진제공: 이종호 남해군청 관광정책팀 주무관〉
부윤2리 마을 전경. 마을 왼쪽으로 구도가 보인다. 〈사진제공: 이종호 남해군청 관광정책팀 주무관〉

 창선면 부윤2리 주민들이 마을 이름처럼 마을의 부흥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해 8월 창립총회를 가진 부윤2리마을협동조합(대표 박주선 이장)이 올해 6월에는 본격적인 어촌체험관광사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마을 입구에 체험마을회관을 짓고 30면 규모의 캠핑장을 조성했다. 현재 조경과 체험마을회관 인테리어, 캠핑장 상하수도 시설 설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조합원이자 마을 주민들은 뒷산 풍경과 앞바다 정취를 이용해 어촌체험관광사업을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다. 마을을 찾는 캠핑객들을 대상으로 구도(龜島)와 마을 사이 갯벌에 설치된 석방렴에서 맨손 고기잡이 체험, 바지락, 쏙, 고동, 해조류 채취와 낙지, 해삼 홰바리 체험 등을 제공해 마을의 기초생활 수준을 높이고 새로운 소득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어족자원 풍부하지만 고령화로 쇠락
 창선면 부윤2리는 남방산 아래 위치하고 해안도로를 사이에 두고 구도가 자리하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의 마을이다. 남해바래길 5코스(남파랑길 38코스)인 말발굽길이 나 있어 바래길 탐방족과 등산객도 마을을 많이 찾고 있다.
 부윤마을은 우물물이 좋아 `물매` 또는 `물뫼`라 불렸다. 임진왜란 무렵에 마을 앞 들이 넓고 산수가 좋아 부자가 많이 나올 형세라며 `부윤`이라고 고쳐 부르게 됐다고 한다. 또 구량마을이라고도 불렀는데 옛날 창선의 진동성(적량진성)으로 진을 옮기기 전에는 구량진이라 불렸다고 한다. 마을 앞에 섬이 하나 가로로 누워 있는데 그 형세가 거북과 같다 하여 구도(龜島)라고 부른다. 구도에서는 임진왜란 이전부터 토성을 쌓고 굴항을 만들어 수병을 훈련시켰고 이 성을 지키던 첨사가 적량진성으로 옮겼다고 한다. 

지난해 8월 25일 부윤2리마을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지난해 8월 25일 부윤2리마을협동조합이 설립됐다.

 부윤2리 마을은 주민 대다수가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는 반농반어촌이다. 해안을 따라 도로와 마을이 조성돼 있고 전통적으로 어족자원이 풍부하다. 농산물은 주로 쌀, 유자, 고사리, 마늘, 시금치 등을 생산한다. 수산물은 도다리, 문어, 갑오징어, 대구, 물메기 등을 잡고 마을과 구도 사이에 자리한 15ha 면적에서 갯벌에서 쏙, 해삼, 바지락, 낙지 등을 채취한다. 지족해협의 협곡을 이용한 죽방렴이 4개 있으나 고령화와 어족 고갈로 지금은 1개만 운영된다. 과거에는 풍부한 어족자원 덕에 어선만 30척이 넘었지만 점차 줄어 지금은 11척 정도만 조업한다고 한다. 
 창선면은 전국 고사리 생산량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고사리 산지다. 부윤2리도 4만평 넘게 고사리를 키워 주민소득으로 삼고 창선고사리삼합축제에도 참여한다. 고사리삼합축제는 고사리와 함께 창선 앞바다의 바지락, 새조개, 낙지 등 해산물과 삼겹살을 더해 고사리 삼합을 주요 콘텐츠로 한 창선면의 대표축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부터 중단됐지만 축제가 재개되면 부윤마을도 다시 참여할 계획이라고.
 
협동조합 결성, 마을사업에 의욕 커
 30~40년 전만 해도 부윤2리 마을은 가구는 100호가 넘고 주민수는 300명가량 됐다고 한다. 현재는 75세대 101명으로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고 65세 이상 고령자가 50%가 넘는다. 자녀들이 타지로 떠나고 어르신 한 분이나 두 분만 사는 가구가 대부분이라 마을회관에서 공동밥상을 차린다. 코로나19로 역시 중단됐지만 매년 3~4월경에는 `구도의 날`을 정해 경로잔치를 열고 부윤2리 출신 부산향우들이 꾸린 구량회에서 잔치를 후원한다. 
 2010년에는 유어장으로 인정받고 2013년까지 어촌체험마을을 운영하기도 했으나 지원시설이 미비해 문을 닫았다. 

 마을이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박주선 이장과 임춘권 새마을지도자를 비롯해 마을 주민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섰다.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인 마을단위특화개발사업 선정을 위해 2016년부터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때부터 주민역량을 높이기 위한 네 차례의 농촌현장포럼을 열고 경영인교육과 전문가 컨설팅도 받았다. 합천 양떡메마을 등 선진지 견학도 다녀왔다. 공모사업에 한번 떨어지고 2018년에 재추진한 결과 주민 58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부윤2리마을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
 박주선 이장은 "우리 마을 주민들은 고령의 어르신들도 소득사업에 대한 열의가 높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주민들의 협조에 힘입어 마을협동조합을 무사히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임춘권 새마을지도자는 "고령화가 심화되다 보니 마을 앞 갯벌 어패류나 수산물이 다시 풍부해졌는데도 예전처럼 채취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자연조건이 좋은 만큼 이걸 이용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겠다 싶어 준비해왔다"고 덧붙였다.   
 향후에는 구도 일주 산책길을 데크로 조성하여 아름다운 지족해협을 둘러볼 수 있게 하고 임진왜란 때 초병이 왜구를 감시하던 곳을 되살린 체험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박 이장은 "주민들 나이는 많지만 수십 년 해온 노하우로 쏙 잡기, 맨손 고기잡이 등 해산물 채취방법을 관광객들에게 알려주는 일은 문제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아쉬운 것은 이 마을 사업을 힘있게 끌고 갈 젊은 사무장이 없다는 점이다. 박주선 이장은 "경관도 빼어나고 어족자원도 풍부하고 마을주민들도 적극 협조하고 캠핑장과 체험장도 다 마련해놨다. 이런 사업들을 잘 이끌고 나갈 젊은 분이 들어와주면 좋겠다. 그런 분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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