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조립한 장난감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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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조립한 장난감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다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3.02.03 14:18
  • 호수 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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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철 소망의집 거주인, 레고 30개 아동센터에 기증
7년간 사비로 레고 구입, 작은 소품부터 큰 로켓까지 만들어
강봉철 씨가 2016년 초창기 레고를 만들고 미소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강봉철 씨가 2016년 초창기 레고를 만들고 미소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손수 조립한 블록 장난감으로 남해군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키워준 미담 사례가 있어 화제다. 장애인 거주시설 남해소망의집의 거주인 강봉철 씨가 지난 7년간 조립한 레고 작품 30개를 지난달 5일 고현면 소재 담쟁이지역아동센터(센터장 김명엽)에 기증했다.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강봉철(51) 씨는 평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만들기를 좋아해 이러한 재능을 발휘할 활동이 필요했다. 또 신체적 움직임이 없으면 몸이 굳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흥미를 느끼고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했다. 
 이러한 가운데 2016년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처음 접한 레고 만들기는 강 씨의 관심을 끌었고, 작은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 비교적 단순하고 쉬운 수준의 블록을 조립하면서 레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완성된 레고는 소망의집 거주인들과 봉사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고, 1년간 쌓인 작품들은 2016년 소망의집 첫 작품전에 소개되기도 했다.
 신체적으로 힘든 점도 있었지만 레고블록을 하나씩 찾고 설명서에 맞춰 끼우고 합치며,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서 7년이라는 세월동안 강 씨는 비장애인도 쉽사리 조립하지 못하는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손바닥보다 작았던 레고를 만들던 강 씨는 대형 여객선인 타이타닉호, 잠수함, 경찰서, 우주선, 로켓 등과 같이 정교하면서 복잡하며 큰 레고까지 조립하는 경지에 올라선 것이다.
 강 씨가 큰 크기의 레고를 조립하는 기간은 평균 1~2개월이 걸렸는데,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꿋꿋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완성해 내는 모습을 보였다. 

남해소망의집에 거주하고 있는 강봉철(가운데) 씨가 지난달 5일 담쟁이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레고 30개를 기증했다.
남해소망의집에 거주하고 있는 강봉철(가운데) 씨가 지난달 5일 담쟁이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레고 30개를 기증했다.

레고와의 아름다운 이별
 강 씨가 지난해까지 7년간 조립한 레고는 총 50개가 넘는다. 초반에 만든 완성품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강 씨는 지난달, 애정이 담긴 레고들에게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다.
 지난 3년 동안 고등학교를 다녔던 강 씨는 올해 초 졸업식을 끝으로, 일자리를 갖기 위한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레고 기부를 결정한 것. 레고를 좋아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쉽사리 접하기 어려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전달키로 마음먹었다. 강 씨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와 크기 등을 고려해 레고 30개를 선별했고, 지난달 5일 담쟁이지역아동센터에 방문했다.

2020년 소망의집 레고 전시회에 선보인 마린구축함(앞)과 타이타닉호(뒤) 레고 작품들이다.
2020년 소망의집 레고 전시회에 선보인 마린구축함(앞)과 타이타닉호(뒤) 레고 작품들이다.

 아이들은 연초부터 대박 선물을 받아 기쁘면서도 평소 접하지 못한 장난감에 신기해하며 서로 만지려고 옥신각신하는 모습도 보였다. 
 강 씨는 "자원봉사를 받는 입장에서 레고조립을 시작했지만 하루씩 쌓이다 보니 벌써 7년이 됐다. 긴 시간 동안 레고를 만들면서 40대의 대부분을 보낸 것 같다. 그만큼 저의 애정과 정성이 많이 담겨 있는 작품들"이라며 "아이들이 이렇게 기쁜 반응을 보여주니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취미로 레고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이제는 직업훈련에 매진하고 싶어서 결단을 내렸다"며 "계속해서 도전하는 삶을 이어가 다른 장애인들도 사회에 참여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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