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앉아 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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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앉아 대화하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2.13 10:40
  • 호수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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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서로 지역이 다른 네 쌍의 부부가 두 달에 한 번씩 각자의 지역으로 초대해 운동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우정을 나눈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처음엔 남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듯하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부인들이 모임에 더욱 열정을 가졌고 지금은 부인들이 모임을 주도하는 실정이다.
 서울부터 남해까지 돌아가며 만나기에 피곤함이 동반하지만 만날수록 우정은 깊어지고 있다. 모임 며칠 전부터 부인들은 단톡방에서 어디서 운동하고 무엇을 먹을지 상의를 하고 때때로 지역 특산물을 챙기는 정성을 보인다. 무엇이 이 모임을 이토록 열정적으로 만드는지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운동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나면 남자들은 장거리 운전의 피곤함과 내일의 일정 소화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어도 부인들의 수다 열정에 등 떠밀려 숙소에서 새벽까지 졸아가며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놀라운 것은 대화의 주제가 아무리 단순하고 작아도 결코 압축하여 줄이지 않고 골고루 돌아가며 몇 번에 걸쳐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꼭 한 톨의 쌀이 뻥튀기에서 뜨거운 열기를 먹으며 돌기를 거듭하여 결국 몇 배로 몸집을 키우듯 아무리 간단한 주제여도 모두가 뜨겁게 이야기를 하여야만 다음 주제로 바뀌는 것이었다.
 새벽까지 이어진 얘기를 옆에서 다 들어주고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보면 남자였으면 일이십 분이면 끝나버릴 주제지만 밤을 새워도 지치지 않고 즐거워하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 사는 세상이 꼭 오늘 모임같이 느껴졌다. 대화가 즐거워 흐르는 시간이 아쉬운 그녀와 졸아가며 마치기를 기다리는 그 남자가 하루빨리 같은 대화 속으로 녹아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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