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섬` 위해 협동조합 결성 더디지만 마을 가꾸기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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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섬` 위해 협동조합 결성 더디지만 마을 가꾸기 진행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2.13 11:31
  • 호수 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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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구생활 5 | 미조면 조도·호도

 새가 날아오르고 범이 달려오는 것 같은 형상을 한 조도와 호도는 바다가 생명인 청정의 섬이다. 본섬인 남해에서 이 조도와 호도에 가려면 미조남항 도선장에서 조도호(하루 6회 운항)를 타야 한다. 19톤급 조도호는 주민과 낚시꾼, 여행객 등이 주로 이용한다. 
 
조도, 큰섬·작은섬 둘레길 고운 옛마을
 조도는 부리 앞에 새 모이처럼 동그랗게 떠 있어 쌀섬이라는 이름이 붙은 미도(米島)를 비롯해 죽암도, 노루섬, 목과섬, 호도, 애도, 사도 등 1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에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섬의 형태에 따라 큰섬마을과 작은섬마을로 나뉜다. 섬 둘레길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두 군데 설치된 전망대에서 해안절벽에 어우러진 다도해 풍광과 함께 대형 방파제, 선착장,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깨끗하고 아담한 해변 등 조용하고 정갈한 어촌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조도큰섬 사람들과 남해 본섬 사람들. 박상관 조도큰섬어촌계장(왼쪽 두 번째), 배진행 조도이장(세 번째), 류동춘 조도·호도협동조합 이사장(네 번째), 안성민 사무장(뒷줄).
조도큰섬 사람들과 남해 본섬 사람들. 박상관 조도큰섬어촌계장(왼쪽 두 번째), 배진행 조도이장(세 번째), 류동춘 조도·호도협동조합 이사장(네 번째), 안성민 사무장(뒷줄).

 큰섬마을 입구 야트막한 언덕과 휴경지가 된 다랭이 밭을 지나 깊지 않은 숲으로 700미터가량 이어지는 `학교 가는 길`은 오래 전 작은섬과 큰섬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어머니와 누이들이 물동이를 이고 넘어 다니던 오솔길이다. 그 길 따라 군데군데 웃는 모양의 마을우물이 보인다. 물이 부족하던 그 옛날, 산에서 흘러나오던 이 우물은 분명 섬사람들의 소중한 식수원이었겠지만 2009년 상수도가 들어온 이후 더 이상 물을 긷지 않아 말라버렸다. 
 이외에도 조도에 조성된 길은 큰섬고갯길, 도장게길, 장산곳길, 지바랫길, 내린봉길, 청심길이 있다. 미역, 문어, 볼락, 톳이 조도의 대표적인 해산물이다.
 
호도, 동백 군락지·근대어촌 원형 간직
 호도는 주변에 목과도, 조도 등이 있으며 해안절벽이 발달해 `강태공`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멸치, 갈치, 감성돔, 볼락, 바지락, 홍합 등의 해산물이 많이 난다. 

조도의 절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둘레길 산책로.
조도의 절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둘레길 산책로.
호도의 `웃는 우물`. 2009년 상수도가 들어오면서 이제는 형체만 남아 있다.
호도의 `웃는 우물`. 2009년 상수도가 들어오면서 이제는 형체만 남아 있다.

 배를 타고 섬에 들어서면 마을 입구에 모노레일 간이역이 눈에 들어온다. 어르신들이 짐을 옮기거나 이동수단으로 타고 다닌다고 한다. 오른쪽에 모노레일을 두고 야트막하게 경사진 산책로를 걸어 오르면 왼쪽 골짜기를 따라 100년 넘은 야생 동백나무 30여 그루의 군락지가 펼쳐진다. 이 군락지에는 수령 500년 된 동백나무도 있다고 한다. 
 호도는 근대 어촌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섬 중심부 분지에 마을이 모여 있는데, 집들이 내려앉은 모양대로 난 마을길은 옛 정취가 그대로 살아있다. 호도마을 산책길에도 웃는 우물이 보인다. 
 일제강점기에 호도는 일본 해군기지로 이용됐다고 한다. 남쪽 끝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가면 일제의 대공포 진지 위에 다시 우리 군이 사용했던 군 초소 형체가 그대로 남아 있다. 호도 둘레길을 걸으면 천혜의 자연경관과 옛 모습 그대로의 어촌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호도에 자생하는 100년 넘은 동백나무 군락지.
호도에 자생하는 100년 넘은 동백나무 군락지.
라면, 아이스크림, 상비약을 파는 마을 유일의 `새섬점빵`.
라면, 아이스크림, 상비약을 파는 마을 유일의 `새섬점빵`.

 

조도·호도협동조합 만들어 사업 추진
 조도 큰섬에는 5가구가 살고 이중 4가구가 한가족이다. 이들은 어업과 숙박업을 병행하고 있다. 작은섬에는 23가구, 호도에는 11가구가 산다. 그 외 마을의 80%가 빈집이다. 배진행 이장은 "주민 수는 주민등록상 111명이지만 실제로는 68명"이라고 말한다.
 섬 안의 섬 조도와 호도 주민들의 꿈은 하나다. 섬이 살고 싶은 곳이 되고 일자리가 만들어져 외지로 나간 자녀들이 돌아오고 타지 젊은이들이 찾아와 정착하는 활기찬 섬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이 잘 추진됐으면 한다. 이 사업은 조도와 호도 일원에서 총 업비 30억원을 들여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진행된다. 생태복원, 문화관광자원 개발, 마을경관 정비를 통한 주민소득 향상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2월 류동춘 이사장을 필두로 조합원 12명이 조도·호도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살고 싶은 섬 조도·호도 가꾸기`에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호도의 일본군 대공포 진지 흔적.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호도의 일본군 대공포 진지 흔적.

 그런데 요즘 류동춘 이사장과 배진행 이장의 얼굴에는 그늘이 깊다. 남해군이 민자 유치를 통해 추진한 `다이어트 보물섬` 사업의 영향 때문이다. 류동춘 이사장은 "다이어트 보물섬 조성 사업이 끝나고 영업을 해도 벌써 했어야 하는데 다이어트센터가 다 지어지니 민간사업자가 그 옆에 다른 건물을 하나 더 짓겠다고 해요. 올해 말이나 내년쯤 착공하면 또 3년 이상의 공사기간을 하염없이 견뎌내야 해요"라고 하소연한다. 다이어트센터가 완공되면 그에 맞춰 올해가 마지막인 `살고 싶은 섬`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센터가 방치되고 공사가 지연되니 그에 따른 불편과 불이익은 오롯이 주민들의 몫이다.
 "그래도 살아야지요." 류동춘 이사장은 둘레길 정비가 끝나고 좌대낚시터 조성이 3월경 마무리되면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탐방로와 전망쉼터는 조성이 이미 마무리됐고 `살고 싶은 섬` 거점 센터와 어가체험시설도 곧 지어진다. 조도·호도협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마을 브랜딩, 수산물 가공과 유통판매, 어가체험살이, 섬식당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의욕은 넘치지만 역시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섬에 사는 사람 중심으로 시작은 할 테지만 사람이 없어 얼마나 지속될지 걱정"이다. 그래도 지난해 12월 열린 마을 대동회에서 작은섬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쳐 조합 사업을 잘해보자고 마음을 모은 게 큰 희망이다. 

※우리 마을 소개를 원하는 군민은 남해군마을공동체지원센터(862~8638)로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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