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벌고 적게 쓰기, 가능할까? 책 두 권에 담은 귀촌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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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벌고 적게 쓰기, 가능할까? 책 두 권에 담은 귀촌 보고서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2.17 13:40
  • 호수 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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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귀촌인 권진영·이준민 부부가 사는 법
귀촌 5년차인 권진영(앞)·이준민 부부는 신촌마을에서 민박집과 바틀샵을 운영하며 이번에 두 권의 책을 냈다.
귀촌 5년차인 권진영(앞)·이준민 부부는 신촌마을에서 민박집과 바틀샵을 운영하며 이번에 두 권의 책을 냈다.

 남해귀촌 5년차 부부 권진영·이준민(읍 신촌마을) 씨가 그간의 남해살이를 기록한 책 『부부의 영수증』과 『소우주 비긴즈』를 나란히 출간해 화제다. 
 권진영·이준민 부부의 남해 정착기와 `시골 소점포` 창업기인 이 책들에는 귀촌 과정의 희로애락과 함께 시골 삶의 여유를 잠식하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분투기가 담겨 있다. 
 
겪은 그대로를 담은 `부부의 영수증`
 아내 권진영 씨가 쓴 『부부의 영수증』은 `시골에서 적게 벌고 적게 쓰기, 가능할까`에 대한 질문에 낯선 남해살이를 시작하면서 모은 영수증을 통해 나름의 답을 찾으려 한 남해 정착기다. 

아내 권지영 씨가 쓴 「부부의 영수증」.
아내 권지영 씨가 쓴 「부부의 영수증」.

 권진영 씨는 "도시에서 살 때도 워낙 적게 쓰는 편이어서 시골에서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내려오니 남해에 교통, 주거 등 인프라가 부족하고 우리는 경험이 없다 보니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하게 되더군요. 거기서 위기감이 생겨 영수증을 하나씩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그 영수증에 대한 이야기예요."
 전쟁 같은 도시와 직장의 삶을 벗어나 짐짓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꿈꾸며 내려왔건만 웬걸, 시골에서도 일상의 분투는 계속됐다고. 대중교통이 불편한 시골살이에 중고차를 구입해야 했고 단열 안 되는 촌집의 겨울 난방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도 고요한 시골의 밤을 채우는, 직접 배워 만든 칵테일 한 잔의 여유와 저렴하고 한적한 작은 영화관의 낭만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익명성으로 가득한 도시와 달리 길에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마을` 공동체 안에서 살아간다는 안정감과 투박하지만 푸근한 시골 인정도 느끼게 됐다. 
 권진영·이준민 부부는 일단은 적게 벌고 적게 쓰며 만족스럽게 살고 있단다. 대신 하고 싶은 대로 원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책 만드는 일도 그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고. 그리고 부부가 열심히 수소문한 끝에 찾은 지금의 보금자리에서 느린 여행자를 위한 숙소 `남쪽집`과 작은 전통주 바틀샵 `소우주`를 운영하며 바라던 삶과 가까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부부의 영수증 속에서 시골의 일상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몸소 겪은 이야기를 잔잔하게 소개하는 에세이다. 진영 씨는 "이 책의 결론이 플러스마이너스 얼마라는 답은 아니에요. 이 질문을 계속 품고 살아가는 시골생활에 대한 이야기이지요"라고 말한다. 적게 벌어 적게 쓰기가 진짜 가능하냐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제시한다기보다 그런 질문을 품고 사는 우리의 일상을 영수증을 통해 바라본다는 취지인 셈이다.
 이 글들은 2020년부터 2021년 11월까지 1년 9개월간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같은 제호로 연재되기도 했다. 귀농·귀촌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실질적인 시골살이 가이드로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귀촌의 일상은 어떤지 유용한 팁을 얻을 수도 있다. 


맛있는 음식에 어울리는 술을 찾는… 

남편 이준민 씨가 쓴 「소우주 비긴즈」.

 남편 이준민 씨가 쓴 『소우주 비긴즈』는 도시에서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이던 그가 `성실한 소`로 살다가 `축사를 탈출해` 이제는 시골마을에서 일주일에 9시간만 문 여는 전통주 바틀샵(주류소매점, 옛 신촌마을회관) `소우주`를 창업하게 된 과정을 그린, 허무맹랑한 `소점포` 창업기다. 책을 읽다 보면 찬찬하고 신중하면서도 촌철살인이 살아있는 맛깔나고 유머러스한 그의 화법에 빠져들게 된다. 
 소우주는 `소가 처음 만난 술이라는 우주`라는 뜻을 담은 상호다. "소는 85년생 소띠이기도 한 저를 상징하기도 하고, 저뿐만 아니라 소처럼 열심히 일하는 모든 이들이 술도 마시고 여유를 즐기라는 의미에서 지었지요." 준민 씨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No Work, Yes Alcohol!`이란 영문이 이 점포의 모토다. 
 그렇다고 마냥 노는 소를 상상하면 안 된다. 준민 씨는 "자영업자가 되니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관광수요와 맞물려 가고 경기에 민감한 업종을 하다 보니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외부 요인으로 인한 변수들로 불안했지요"라고 말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이 부부에게도 살아가며 해야 하는 분투는 계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시골살이 분투기에 자꾸만 눈이 가는 건 그들의 삶에 호기가 아닌 정성이 가득해서다.   
 두 책은 지난해 12월 초판 1쇄를 발행하고 한 달 만에 2쇄를 찍었다.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 책들이 널리널리 퍼져서 바람직한 귀촌생활의 길잡이가 돼주고, 부부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에 활력소가 돼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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