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캐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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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캐는 날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2.23 14:20
  • 호수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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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時調)로 읽는 남해군정(南海郡情) │ 서관호 시조시인

오늘은 우리 동네 갯벌이 열린다고 
이장님 안내방송 귓바퀴 낚아챈다
한 집에 한 명씩 출전 조개잡이 대혼전. 

바래길 모여앉아 들물 때 기다리며 
짐 마중 나그네들 바다를 바라보며 
경운기 화물자동차에 승용차도 대기 중.

젖 먹던 온 힘으로 갯벌을 뒤집어서
몇 망사 가득가득 바지락 채워갖고 
아들 딸 챙겨줄 생각 밀물 되어 들온다. 

어머니 바래솜씨 봄 미각 진수성찬 
푸짐한 해물 반찬 온 식구 싱글벙글
특미의 우럭 초무침 봄도 활짝 웃음꽃.

여대거 ( 남해읍)


서  관  호시조시인
서 관 호
시조시인

 음력 2월이면 조석간만의 차가 가장 큰 영등사리가 온다. 이때는 작은 섬으로 이어지는 물목이 열리고 이것을 모세의 기적에 비유하기도 한다. 바다 깊숙이까지 갯벌이 드러남으로써 연중 물속에 잠자던 신비가 눈앞에 펼쳐진다. 
 비교적 해수면 깊이 서식하는 대합이나 우럭, 빗살무늬 바지락, 모자반이나 미역 등 다양한 해조류의 면면까지 갯마을 부녀자들의 사냥감이 되고, 호식가들의 미각을 깨우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것은 연중 이틀에 불과한 `깜짝 쇼`이기 때문에 어촌에서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마을마다 개문을 헐어 온 동민이 거동하여 바래질에 나선다. 
 갯마을 영등사리 행사를 그림처럼 묘사한 여대거의 이 시조는 섬이나 갯마을 출신의 향우들에게 추억을 선사할 좋은 작품이다. 어느 갯마을 영등사리 행사 동영상을 곁들여보면서 이 시조를 다시 한 번 음미하고 고향 그리움에 젖어보면 좋을 듯하다.  
 하마 지금쯤 부모님이 보내주신 바지락을 넣어서 끓인 된장국 한 그릇을 눈앞에 두고 식구가 둘러앉아 투박한 손마디의 어머니를 생각하는 아들딸이 있을 터, 고향도 부모님 정(情)도 영원하기를!

▶ 촌놈 박대엽 작가가 시대갤러리에 소개했던 작품 〈개바래〉 사진이다.
▶ 촌놈 박대엽 작가가 시대갤러리에 소개했던 작품 〈개바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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