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와 캐치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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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와 캐치볼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2.23 14:14
  • 호수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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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몇 년 전 지인의 소개로 집사람이 탁구를 시작했다. 매주 두 번씩 운동하러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심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리라 생각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에 놀랐다. 
 얼마나 실력은 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교습 후 밥이라도 같이 먹을까 해 몇 번 탁구장을 찾은 적이 있었다. 방문 때마다 보인 그녀의 모습은 항상 열정이 넘쳤고 자세만큼은 프로라는 주변의 평판을 들을 수 있었다. 거북이처럼 실력이 더디게 늘어 당장 게임은 못하지만 언젠가는 탁구장 내에서 고수에 오를 거라는 신뢰를 받는 모양이었다. 
 많은 운동 중 탁구는 유독 빠른 반사신경이 필요해 보인다. 길이가 채 3m도 되지 않는 작은 탁구대를 두고 마주 선 채 라켓을 이용해 서로에게 공을 빠르고 강하게 주고받는 모습은 일반인의 눈에는 쉬이 잡히지도 않거니와 무슨 기술을 사용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사에 느긋하고 성격이 차분한 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운동이라 생각하면서도 매주 빠지지 않는 열성인지라 어느 날부터 응원하는 실정이다. 배우지 않았다면 잘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유독 우리 한국인의 대화방식만큼은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세계적 기량을 가진 탁구선수처럼 느껴진다. 
 탁구선수처럼 웅크리고 서서는 상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스매싱으로 받아치거나 때때로 회전을 먹여 대응하기 힘든 방향으로 보내니 말이다.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는 다그치고 칭찬이 필요할 때는 비꼬기 일쑤인 우리는 대화는 상대를 발아래 두어야만 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일까? 대화는 탁구처럼 급하게 받아치는 것보다 캐치볼처럼 천천히 주고받아야 제맛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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