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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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소나무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3.03 15:04
  • 호수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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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어린 나이부터 나무를 사랑한 그의 직업은 조경사였다. 계절별로 꽃을 피우고 맑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잎사귀를 보며 자신의 직업에 자긍심을 가졌다. 그는 부자들의 정원을 가꾸며 자신만의 숲을 가지고자 노력했다. 시간이 흐르고 그가 중년이 됐을 때 아름다운 소나무들을 가진 산과 조경수들로 채워진 넓은 밭을 가질 수 있었다. 
 이후 타인의 정원을 다듬는 일보다는 관상수 판매와 자신의 농장관리에만 노력했다. 많은 관상수 중 소나무를 유독 좋아해 공을 들였는데, 노후에는 본인의 산 전체를 소나무숲 공원으로 만들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가 키운 나무들은 인기가 높아졌고 특히 소나무 판매 의뢰가 많았다. 
 이 조경사는 어차피 소나무의 밀집이 높아 솎아내 송림을 만들어야 했기에 일거양득의 마음으로 판매했지만, 산 입구 소나무 하나만은 판매를 불가한다는 고집을 피웠다. 처음 산을 매입할 때 그 소나무에 마음을 빼앗겨서라는 이유가 가장 클 만큼 그 나무는 빼어난 자태를 자랑했다. 다듬고 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되어버린 소나무를 그는 자기 공원의 상징으로 여겨 어느 순간부터 집착하게 됐다.
 공원이 거의 완성될 무렵 보물 1호인 소나무에 문제가 생겼다. 잎이 마르며 병들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처음 보는 증상이라 전문가들에게 의뢰했다. 재선충이라며 빨리 베어내어 격리 처리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들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숲의 소나무는 모두 병들었고 그의 꿈도 끝나버렸다.
 우리는 살아가며 유독 공들였던 일이나 사람 등 여러 상황에서 재선충 같은 결함을 발견하고도 포기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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