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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3.03 15:14
  • 호수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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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김종도 수필가

두려운 마음은 바람결에 흘려보내고, 여기저기서 부르는 노래와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우며, 또 내 마음의 밑바닥까지 쥐어짜고 감정의 모서리까지 녹여 망설여지는 생각이 늘 곁에 있도록 새로운 하나의 이정표를 남기고자 한다. 

김  종  도수필가
김 종 도
수필가

 글 쓰는 것이 취미라면 제법 유명한 문인(文人)인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여길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지 못한 좀생이 작가(수필가)일 뿐이다. 
 사실 20대 후반부터 무조건 장르(genre, 예술이나 문학의 갈래·양식)에 관계없이 그냥 내 마음대로 써서 신문사나 방속국에 투고하였는데 어쩌다 1969년도에 여수방송국(당시 HLCY)의 `오후의 한나절`이란 프로에 초등학교 교사생활에서 느낀 점을 쓴 「만물박사(?)의 하루」란 글이 방송전파를 탄 것이 계기가 되어 보람과 긍지를 가져본 지난날이 생각이 난다. 
 그러다 정식작가가 되기 위하여 공모전에 여러 번 도전해 보았으나 낙방하고, 모 문인 선배님의 충고를 받았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노력하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자신이 없어 글쓰기는 중단하고 학교신문 발간 등 교육현장에서 학생 글짓기 지도에 전념하면서 교직생활을 해 왔다. 
 세월이 흘러 1997년도 창원초등학교 교감시절에 『교단문학』을 통하여 아주 늦게 수필작가로 등단하였다. 그 후부터 글쓰기가 재미가 있고, 신인작가로서의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문인협회나 동호회·동아리 등 각종 단체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퇴직 후에는 개인문집인 수필집 『잎새 없는 나뭇가지』도 발간하고 출판기념회도 성대하게 치르면서 지역사회에서 제법(?) 존재감 있는 작가로서의 대우도 받는 듯하였다. 자서전도 만들고, 『남해사투리사전』, 『경남방언사전』(공저) 발행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저작활동에도 힘써왔다. 
 나이 들어 생각해 보니 빈약한 재능과 건방진 사고로 너무 만용적인 행위에 젖어 부질없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 한때 붓을 꺾을까 생각도 해보고, 미발표된 작품들은 그냥 유고작(遺稿作)으로 남겨 둘까도 싶었지만 새해 첫날 새 각오를 하면서 옛말 따라 `배운 도둑질이 글쓰기`인지라 다시 글을 쓰고 또 다른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와 독자들의 마음을 엮어 보기로 하였다. 
 두려운 마음은 바람결에 흘려보내고, 여기저기서 부르는 노래와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으며, 또 내 마음의 밑바닥까지 쥐어짜고 감정의 모서리까지 녹여 망설여지는 생각이 늘 곁에 있도록 새로운 하나의 이정표를 남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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