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 海川 빈종수
동구 밖
초록 그림자를 밟고
길을 나서자
푸른 잎새 붙들고
늘어진 함박웃음이
나를 부른다
해안 길 따라 줄지은
빨간 지붕들
약속이나 한 듯
아지랑이 위에 걸터앉았다
깔깔거리던 아이들 소리
사라진 지 오래
집을 비운 노인네
돌아오지 않는데
세월 먹은 돌담들이
전설을 쌓았다
새집지어 이사 온
귀촌사람들
시골생활 배우느라
저녁내 불빛 새어 나오고
언덕배기 얼굴 내민
개망초 가족
무딘 손 저으며 고개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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