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여년 이어온 읍내마을, 군청사 신축 앞두고 변화의 바람 불어
상태바
560여년 이어온 읍내마을, 군청사 신축 앞두고 변화의 바람 불어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3.06 10:55
  • 호수 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을탐구생활 7 | 남해읍 서변마을
서변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서문마을카페. 김지수(가운데) 이장과 김향옥(오른쪽 두 번째) 카페 매니저, 송선호(맨 오른쪽) 사무장.
서변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서문마을카페. 김지수(가운데) 이장과 김향옥(오른쪽 두 번째) 카페 매니저, 송선호(맨 오른쪽) 사무장.

 남해읍 서변마을은 현 군청사가 있는 행정소재지로 정치, 경제, 문화, 교육의 중심지다. 
 1439년(세종 21년) 남해읍성이 축성되면서 이곳에 본격적으로 도심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1613년(광해군 5년) 건립돼 고을의 수령이 공사를 처리하던 동헌(東軒) 터에 현재의 남해군청사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의 군청사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청사로 1959년 7월 31일 준공돼 지금까지 60여 년간 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 군청을 중심으로 공무원이나 교사 등 공무직을 했던 이들과 농업, 건축, 행정, 식당, 광고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서변마을 주민으로 살아왔다. 서변마을 명칭은 읍성의 서문 밖 마을이라 해서 붙여졌다. 

지은 지 60년이 넘은 현 남해군청사. 마당에는 수령이 500년쯤 된 느티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지은 지 60년이 넘은 현 남해군청사. 마당에는 수령이 500년쯤 된 느티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남해군 청사 인근 서변마을의 논과 밭은 주택지구로 변해 큰 길이 들어서고 신축 건물이 들어섰다. 남해군청사와 서변마을을 포함한 그 인근 지역은 조선시대 남해읍성 축성 때부터 560여 년간 서서히 조성된 도심 경관이자 역사적 장소였다. 2019년 현 군청사를 중심으로 서변마을 일대가 청사 신축부지로 확정되면서 현 청사와 함께 신축부지 내 건물과 주택, 상가 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지금 서변마을에는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다양한 마을재생사업 경험 축적
 그런가 하면 서변마을에서는 최근 10년간 주민들이 중심이 되고 행정의 지원을 받아 크고 작은 마을재생사업을 활발히 진행해왔다. 2015년부터 문체부 선정 문화이모작사업, 2017년 문화우물사업, 2019~2021년 소규모 도시재생사업 등의 사업을 진행하며 마을경관을 재생하고 주민수익사업을 만들어 활기를 불어넣었다. "우리 마을 도시재생사업이 남해읍 관광중심 도시재생사업보다 앞서서 추진됐지요.  주거환경개선사업도 하고 마을 주차장도 만들었어요. 마을 주민 교육도 하고 견학도 많이 다녔어요." 김지수 서변이장의 말이다.
 서변마을은 본래 농사를 짓는 농가와 공무원과 여고생들의 자취방이 많은 동네였다. 이러한 특징을 살려 2015년 문화이모작사업, 문화우물사업의 지원으로 시작한 것이 자방골(자취방골목길) 사업이다. 이 사업은 옛 남해여고(현 남해읍교회) 주변에 있던 자취방을 재현해 새로운 골목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남해여고는 1965년 개교해 1999년 남해종고와 함께 남해제일고로 통합됐다. 

 1960년대만 해도 시절이 어려운 탓에 여고생수가 군 전체로 봐도 10%가 채 안 됐다고 한다. 김지수 이장은 당시의 풍경을 이렇게 전한다. "읍·면 각지에서 온 여학생들이 학교 주변에 자취방을 얻어 학교를 다녔지요. 당시에는 기숙사도 없고 교통편도 별로 없었으니까요. 당시 서변마을이 공무원 주택가였는데 박봉이다 보니 월급만 가지고는 생활이 어려웠지요.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일부러 셋방을 하나 더 지어 자취방으로 내주곤 했어요." 
 자방골 사업을 통해 군청 뒷골목길 작은 주택을 임대해 주민 수다방을 만들고 옛 자취방 한 곳을 선정해 추억의 자취방을 복원했다. 사진전시회와 골목축제도 열었다. 서변마을 주민인 쏭애드 대표 송순영 씨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많은 주민들이 호응하고 동참했다. 마을을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주민참여의식이 본격화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에는 서변리 마을재생대학을 열고 집중검토회를 거쳐 각종 도시재생사업에 낼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발굴했다. 또 마을노인회 회원과 남해대학 학생들이 협력해 마을 공터에 꽃을 심고 노후화된 골목길 벽을 채색하는 마을가꾸기 활동을 벌였다. 2020년에는 소규모 도시재생사업인 `수리수리 마을수리` 사업에 선정돼 가로휴게시설과 골목정원, 색깔있는 골목길을 조성하고 야간 안전조명을 설치했다. 플리마켓과 세대간 융합형 서변마을학교를 운영해 목공교육과 화훼교육도 했다.

자립마을 위해 태양광에너지 추진 계획도
 다양한 마을사업을 해오던 서변마을은 74명의 주민 조합원이 모여 2020년 12월 서변마을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첫 사업으로 동네빵집 `빵다믈`(화전로 59번길 37)을 열었다. 서변마을 역시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흐름을 피해갈 수 없었던 터라 조금이라도 마을의 활기를 되살리고 자립마을로 가기 위한 노력이었다. 서변마을 주민인 김성현 전 남해대학 교수의 제안과 도움으로 주민 대상 제과제빵 교육을 진행하고 상품을 개발했다. 지난해 12월, 빵집에서 베이커리 카페로 사업을 전환했다. "남해 제빵은 특별하지 않으면 어필하기 어려워요. 건강하고 좋은 재료를 고집하다 보니 생각보다 판매가 늘지 않고 이용자가 한정되었지요." 빵 카페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워 제빵 기술과 커피 기술을 활용해 올 3월부터는 교육사업도 할 계획이다. 
 이렇게 많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 갈등은 없었을까. "아무래도 갈등이 있지요. 그래서 반마다 개발위원을 한 명씩 위촉하고 마을어른으로 존경받는 분이 마을총회를 이끌고  계획을 수시로 보고합니다. 개발위원과 마을 임원들이 매달 15일에 마을 대청소를 하는데, 그걸 하면서 갈등도 줄고 주민 참여도 높이고 있어요." 현재 서변마을 개발위원장은 김홍민 어르신이다.
 김지수 이장은 서변마을 주민 숙원사업으로 태양광 재생에너지 사업을 준비하려고 한다. "어촌마을의 경우 마을 기금이 많은데 우리는 도시화되다 보니 동비도 잘 안 걷히고 마을자립이 어려워요. 자립마을로 가기 위해 마을 수익사업을 하려고 해요. 노는 땅과 농지, 축사,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행정에서 설치비용을 50% 지원해줘요. 최소한 30킬로와트 정도 규모로 하려고 합니다." 
 군청사 신축을 앞두고 많은 주민이 마을을 떠나며 서변마을은 큰 변화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남아있는 주민들이 어떻게 마을을 지키고 발전시킬지 함께 지켜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