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귀향 어부, 왜 남해대학으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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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귀향 어부, 왜 남해대학으로 갔나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3.03.10 09:45
  • 호수 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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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더하기 정현진 대표

봉사도, 연극도 어업도 진심
함께 잘 사는 고향 만들고 싶어

남해에서 태어나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남면 바다를 터전으로 어부가 된 사람이 있다. 자원봉사단체 `행복더하기` 정현진(사진·선구마을·48)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월 고현면행정복지센터 나눔터였다. 자신이 잡아올린 물메기를 나눔터에서 봉사단원들과 손질해 전달하면 부녀회가 나서 물메기국으로 만들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는 음식나눔 봉사활동 현장이었다. 본인을 귀향 어부로 소개한 정현진 씨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편집자주>

 

그는 왜 어부가 되었나
 "요즘은 물메기철은 끝난 셈이고 털게가 나와요. 그런데 어획량이 예전만 못합니다"
 귀향해 어부가 된 지 6년이 넘은 젊은 어부 정현진 씨는 요즘 어획량이 2-3년 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잠시간 그가 생각하는 어업의 문제점들에 대해 들었다. 수온이 높아졌다 거나 어업 보상과 관련된 문제, 위판장과 중매인의 역할과 같은 이야기들은 7년 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다. 어업을 선택하고 나서 지금의 삶은 어떨까. 머구리 아버지를 보고 자란 정 씨에게 어업은 생소한 일은 아니었다. 큰 수술로 아버지의 어업을 도와줄 수 없게 된 어머니를 위해 두어 달만 배를 타려 했던 정 씨가 한 해를 넘기고 2년, 3년을 배에서 내리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아버지가 혼자 배에 오를까 봐 서였다. 그간 서울의 주거를 정리하지 못하다 3년째 되는 해에 차라리 어부가 되자고 결심하고 모두 정리해 남해로 돌아왔다고 한다. 어업 방식 때문에 처음엔 아버지와 갈등도 있었지만 지금은 부자가 사이좋게 남면 바다에 함께 그물을 던지고 함께 배를 오르내린다.
 
지금 안 하면 언제 해?
 소위 `도시물`을 마시다 귀향해와 고향이 답답했을 법도 한데 천생연분 아내 박현애 씨와 보내는 고향생활은 생각보다 재밌어 보였다. 부부는 군민 극단 하모하모의 단원들이고 정현진 씨는 지난해 남해문화재 야행의 뮤지컬 <김만중>에서 김만중의 아버지 김익경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부부는 극단 하모하모가 계획 중인 또다른 연극의 배역을 위해 매주 연습을 시작했다고 한다.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강사로 활동하던 아내 박현애 씨는 싹싹하고 밝은 성격에 `지금 안 하면 언제해?" 라는 소신을 가진 정 씨와 죽이 잘 맞아 이것 저것 새로운 것을 계속 도전하고 있었다. 
 
남해대학 가게 된 이유
 정 씨가 남해로 돌아와 어부로서 살아가면서 느낀 점은 주위에 비슷한 나이 또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과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살아가기 참 힘들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어업을 생업으로 생각하고 들어온 사람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현실을 보건대 앞으로 10년 후 이 바다에 과연 사람들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한 것. 그가 남해대학에 입학하게 된 것은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고향사람들, 귀촌인들과 교류를 가지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유연한 마음으로 생각을 나누고 노인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젊은 사람들로 인해 생기는 변화를 중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부 정현진 씨가 조업 중 사진을 찍었다.
어부 정현진 씨가 조업 중 사진을 찍었다.

"함께 잘 살아요"
 "고향사람들과 귀촌인들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항상 고민합니다. 같은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과 귀향, 귀촌 따지지 않고 남해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조직을 함께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농어촌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주민이 스스로 나서 커뮤니티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동료 어부들과는 마을공동체 어업조합을 계획 중이고, 경남도립남해대학 만학도들과 귀촌인 등이 포함된 협동조합도 동료들과 별도로 계획 중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자원봉사단 행복더하기 역시 같은 취지에서 남해대학 만학도들과 만든 조직으로, 향후 활동을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복더하기 자원봉사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가입을 신청하면 준회원으로 입회하게 되며 심사를 거쳐 정회원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내 고향을 머리 맞대 함께 그려가겠다는 정현진 씨와 그 동료들의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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