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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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해야 할 일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3.17 17:00
  • 호수 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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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김종도 수필가
김  종  도수필가
김 종 도
수필가

 요즈음 사회의 화두(話頭)는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라마다 많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오복(五福)의 마지막인 고종명(考終命)에 대하여서는 잘 알고 있는 편이다. 중국의 서경(書經)에 나오는 말로 인생의 바람직한 조건으로 `죽음을 잘해야 한다`라는 뜻으로 통한다.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3명은 병원에서 죽는다고 한다. 아니 90% 이상이 병원에서 죽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종을 선택할 권리도, 인생을 정리할 시간도, 좋은 사람과 이야기 할 희망을 포함할 그 어떤 이유도 모두 허공에 날려 보낸 채 허무하게 이 세상을 떠나간다. 
 그렇기에 종종 `생전 장례식`을 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의미 있게 생각해 본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입장에서 살아서 하는 `판타지아 장례식(fantasia funeral ceremony)`이 어쩌면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삶이란 잠시 소풍 다녀오는 과정`이란 천상병 시인의 말 따라 우리나라에도 앞에서 말한 환상적인 사전 장례식을 한 기사를 읽으면서 묘한 감정을 갖게 되었다.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장의 출판기념회 겸 판타스틱 장례식, 2018년도의 김병국 씨는 `판타스틱 장례식`이란 현수막을 걸어 놓고 지인들과 마지막 해우(解憂)를 나눈 이야기(평소 좋아하는 노래 부르기, 검은 상복 대신 가장 예쁘고 멋진 옷 입고 오기, 최고급 맛있는 음식 먹기 등)와 서경대학교 서길수 교수의 2009년도 정년퇴직 후 산사(山寺)에 들어가 3년간 죽음공부를 한 이야기(죽음이란 익은 과일이 떨어지는 것)들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하나의 사회적 모범사례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201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슈카쓰(終活)`이란 이름으로 사전에 죽음을 준비하는 현상으로 1년에 1조엔 이상의 산업화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유언장 작성, 연명치료 여부, 장례절차, 재산정리 등을 `생전 장례식`을 통해 취급하는 전문회사나 변호사 등이 활동하고 있으며, 심지어 `종활박람회(終活博覽會)`를 열어 예쁜 묘지 만들기와 견학, 유골 뿌리는 체험을 하면서 죽음을 미리 예비한다고 한다. 
 `안자기 사토루`라는 사람은 80세 때 온 몸에 암이 전이되어 수술 불가능 판정을 받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생전 장례식`을 한다는 광고를 내고, 연명치료 대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했더니 1000여 명이나 참석하였다고 한다. 
 또 프로 레슬러 `안토니오 이노끼`도 건강할 때 자기의 삶에 힘이 되어준 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하겠다고 75세 때 자기가 가장 많이 사용한 `료고쿠체육관`에서 생전 장례식을 겸한 이별파티를 하였다고 한다. 
 서구에서도 `살아서 하는 장례식(free-funeral)`을 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웰 다잉(well-dying)이란 이름으로 시작되어 생전에 전재산을 기부하는 행위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 갖는 공통의 본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CEO인 `유진 오 켈리`도 2005년도에 석달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선고(53세 때)를 받고 마지막 100일을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다고 한다. 모든 재산을 암치료재단에 기부하고 이러한 과정을 꼼꼼히 글로 남겨 2006년도에 『인생이 내게 준 선물』이란 책을 발간하였다. 일종의 임종메뉴얼인 셈이다. 
 나는 노인대학에서 자주 강의한 미국의 록펠러에 대한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부자였지만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으며 53세 때 불치의 병(1년 이상 못 산다)이란 검진을 받고 휠체어를 타고 나오다가 골마루에 걸린 액자에서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라는 글귀를 보고 눈을 감고 잠깐 생각에 잠겨 있는데 돈이 없어 치료(입원) 문제로 병원측과 다투는 어린 환자의 어머니 소리에 아무도 몰래 선행을 베푼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 후 88세까지 살고 자서전에서 전반기 55년은 쫓기면서 살았고, 후반기 33년은 행복했다고 전하고 있다. 
 언제 갈지 모르는 인생이라도 뭔가 하나쯤 남겨 놓고 떠나면 좋을 것 같다. 떠나기 전 좋은 날을 받아 지인이나 친척, 친구들을 모아 놓고 판타스틱 세러머니를 멋지게 하면 얼나마 좋을까?
 우리 남해에도 박창종 어르신이 해마다 생신일이 되면 지인들을 모아 지난 회고와 앞으로 살아갈 좋은 말씀과 맛있는 음식으로 회포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물론 마지막 장례는 남모르게 간단히 가족끼리 하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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