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 海川 빈 종 수
나는, 갈대밭에 사는 모기
당신도 알겠지만
날 때부터 목발 짚고 다녔어
무덥게 찌던 날
배고파 온 동네 헤매다가
번뜩 눈에 들어오는
아지매 뽀얀 허벅지를 보고
맑은 피 한 모금 빨다가
번개 같은 뻔치 한방에
양 볼이 돌아가고
뒷다리가 부러지는
장애를 입었다
아니
피 한 방울이 뭐 대수라고?
남아도는 혈액
적선도 하는데
나눠먹으면 안되나?
허참
목숨은 간신이 건졌지만
남은 건 으스러진 몸에
상처 뿐
인간 세상이란?
어휴, 죽을 뻔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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