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비자·치자 남해 삼자(三子)로 희망 가꾸는 행복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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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비자·치자 남해 삼자(三子)로 희망 가꾸는 행복농촌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3.24 17:28
  • 호수 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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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구생활 8 │ 이동면 장전마을
이동면 장전마을 전경. 마을 형상이 말다래를 닮았다 하여 `다래밭널`이라고도 불린다.
이동면 장전마을 전경. 마을 형상이 말다래를 닮았다 하여 `다래밭널`이라고도 불린다.

 이동면 장전마을은 지금 마을 가꾸기 사업이 한창이다. 규모가 크거나 외양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주민이 살기 좋고 외지 사람이 찾아오는 마을로 탈바꿈하고자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마을 주민과 사단법인 남해미술협회(회장 공태연) 회원들이 장전마을 벽화 꾸미기 1차 사업을 했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시원하게 뻗은 유자나무 형상과 함께 군데군데 알록달록하게 색을 입힌 벽들이 눈에 띈다. 행복농촌 장전마을 추진위원회의 김경호(59) 위원은 "유자나무를 시작으로 비자나무와 치자나무를 마을 벽화로 꾸며, 향후 장전 삼자(三子)길을 조성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장전마을 벽화 꾸미기 2차 사업은 4월경에 재개한다.

장전마을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는 주축들. 왼쪽부터 김경호 추진위원, 청년 귀촌인 이경서 씨, 김상천 이장, 장가희·정성호 씨 부부.
장전마을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는 주축들. 왼쪽부터 김경호 추진위원, 청년 귀촌인 이경서 씨, 김상천 이장, 장가희·정성호 씨 부부.

남해삼자 자생, 고향마을 정취 가득
 장전마을은 이동면 삼거리에서 지족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첫 번째 마을이다. 약 300년 전 진양 하씨와 경주 김씨가 들어와 별낙산 아래에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고 한다. 별낙산은 낙타 형상이고, `장전`이라는 동명은 말다래 즉 말안장의 형상을 닮았다 해서 붙여졌으며 `다래밭널`이라고도 불린다. 다래는 말 탄 사람의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가죽으로 말안장 양쪽에 늘어뜨려 놓은 것을 말한다. 마을주민 수는 50가구 80여 명이며 65세 이상 고령자와 단독가구가 많다. 바닷가를 접하지 않은 마을이라 농업이 주를 이루며, 마을 앞에 펼쳐진 너른 들에서 벼, 마늘, 시금치, 고사리, 단호박 등을 재배한다. 

장전마을 비자림. 비자당이라고도 불린다.
장전마을 비자림. 비자당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장전마을에는 남해삼자로 불리는 유자, 비자, 치자가 모두 자생하고 있다. 마을을 둘러싼 산과 밭과 길에 남해 삼자가 자라고 있다. 마을 안쪽에는 구불구불하고 정감 넘치는 골목길들이 이어지고 집 담장 안쪽에는 각종 꽃나무와 유실수가 자리하고 있어 고향마을의 정겨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그만이다. 
 마을 앞에는 `당밑` 또는 `당저`라고 불리는 비자당(榧子堂)이란 작은 야산이 있다. 50년 전만 해도 비자나무가 우거지고, 산 위에는 당집과 함께 깊은 우물이 있었는데, 근래에 메워져 흔적만 남아있다. 김상천 (85) 장전이장은 "동제를 이 비자당 밑에서 모셨지만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펼치면서 없어졌다"고 말한다. 김상천 이장은 2013년부터 10년 넘게 이장직을 수행해온 남해군 최고령 이장으로 마을 가꾸기에 적극적이다. 김 이장과 김경호 위원, 귀촌주민 정성호·장가희 씨가 추진하는 마을사업에 주민 호응도가 높고 마을 분위기도 외지인에게 호의적이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2021년 행복농촌 장전마을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추진위는 마을청년회원 25명, 부녀회원 15명 등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장전마을 주민들과 남해미협 회원들이 공동으로 마을벽화 꾸미기 사업을 벌였다.
지난해 말 장전마을 주민들과 남해미협 회원들이 공동으로 마을벽화 꾸미기 사업을 벌였다.

특산품 개발과 마을공동공방 추진
 행복농촌 장전마을 추진위원회는 남해를 대표하는 삼자(三子), 즉 비자, 치자, 유자를 주제로 장전 삼자길을 조성하고 이 삼자를 가공해 특산품을 생산·판매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 장전마을 앞 비자당을 중심으로 비자림 숲길을 만들고 난음들 논두렁에 치자나무 600주가 있는 치자길을 조성했다. 올해는 여기에 치자나무 500주가량을 더 심을 예정이다. 이른바 난음들 논두렁 치자길이다. 마을 뒷산인 별낙산 아래 있는 유자밭을 정비해 유자밭길도 조성한다. 마을회관 옆 느티나무 아래 평상 대신 편안의자를 설치하고 노후화된 집들을 수리하고 지난해 3월에는 마을 골목길을 정비해 장전문화길 조성도 시작했다. 
 김경호 위원은 "남해는 삼자가 유명하지만 재배는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남해삼자를 잘 가꾸고 개발해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해내면 곧 준공할 이동면 에코파크와 시너지를 내며 관광자원으로서도 마을소득 창출원으로서도 톡톡히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렇게 비자림숲길 1㎞, 유자밭길 1.5㎞, 치자길 1㎞, 장전문화길 1㎞ 총 4.5㎞를 조성해서 남해를 찾는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월 1회 정도 건강 걷기 행사도 진행해 마을주민들에게도 건강과 행복을 선사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남해삼자를 가공해 만든 비자유(기름), 치자차, 유자청과 유자차로 남해 삼자의 특별한 향과 효능을 선보이려고 한다. 

논두렁 치자길을 조성하고 있는 장전마을 주민들.
논두렁 치자길을 조성하고 있는 장전마을 주민들.

 이뿐만 아니라 추진위는 2021년 11월부터 장전마을 가을걷이 축제와 주말 직거래장터를 2년째 열고 품평회를 통해 우수 농산물 생산자에게 시상했다. 지난해 이 직거래장터에서 약 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장전마을공동공방은 뜨개질, 공예품 만들기 등 마을 어르신들의 소일거리를 마련하고 수익도 올리기 위한 공간으로 조성된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은점토와 은공예 원데이클래스도 열려고 한다. 이 공방은 김경호 위원의 300평 규모의 개인 창고를 개조해 만들 계획이다. 김 위원과 함께 6년 전 귀촌해 골목길공작소를 연 정성호(60)·장가희(53) 씨 부부가 이 일을 추진하고 있다. 전직 정치커뮤니케이션학 교수인 정성호 대표는 농업회사법인 남청푸드(주)를 창업하고 농수산물 가공유통판매와 농어촌 체험활동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 자신을 `시골길 크리에이터`로 불러 달라는 정성호 대표는 "고령인구가 대부분인 농업과 노인수발 중심의 마을로는 지속가능한 마을이 되기 어렵다. 앞으로 청년들이 찾아오고 아기 울음소리가 마을에서 들려오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도시 같은 농촌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거점으로 조성하는 공동공방에는 교육과 보육이 가능한 마을도서관과 편의점, 체험공간이 자리하게 된다. 이를 중심으로 마을영농조합도 창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남해 삼자와 함께 가꿔가는 장전마을의 행복한 꿈이 머잖아 이뤄질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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