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의 어떤 부위가 깨어졌나요
상태바
독의 어떤 부위가 깨어졌나요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3.27 16:09
  • 호수 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충국의 시대공감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김치를 보관하거나 된장이나 고추장을 발효하고 숙성시키기 위해 옹기를 사용했다. 김치나 된장뿐이 아니라 젓갈류 또한 옹기에 담아 숙성시켰는데 돌아보면 집집의 마당마다 몇 개의 옹기가 있었던 기억이다. 대부분이 장 종류를 담아 보관하다 보니 옹기라는 이름보다는 장독으로 자주 불렸다. 
 옹기는 다른 용기와 다르게 살아 숨을 쉰다는 표현을 하는데, 물은 새지 않으며 외부의 온도를 차단하고 미량의 공기는 통하는 구조여서 장의 깊은 맛을 잘 만들어 내기에 된장과 고추장을 담글 때만큼은 지금도 옹기를 고집하고 있다. 이러한 독도 깨어져 물이 새어버리면 용도를 다해버리는데 조상들은 콩나물시루로 사용하며 재활용했다. 
 생활 속에 옹기가 있듯이 사람의 마음에도 도덕의 마음과 지혜를 담아두는 옹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크기는 달라 담을 수 있는 양에 개인차는 있지만 깨지지만 않았다면 가득 차기 전까지는 넘치지 않을 것이다. 가령 마음속 옹기에 배려심과 이해심을 담는다고 생각해 보면 누군가 분노의 마음을 지나치게 채워도 넘치게 하지만 않는다면 담담히 채워 홀로 숙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의 특정 부분이 깨어져 있다면 절대 깨진 부위 이상은 채우지 못할 것이다. 깨지기 전 충분히 감당할 만큼의 일들도 채우지 못하고 새어 나올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마음의 옹기는 힘든 세상살이에 일부 깨어져 있다고 생각된다. 깨진 부위가 상단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아래쪽이라면 조그만 일도 가두지 못하고 새어 나와 버릴 것이다. 깨어져 새는 물들이 혼자만의 문제일 수 없는 것은 흐른 물의 대부분이 주변을 적시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