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미학(美學)(Aesthetic of Emp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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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미학(美學)(Aesthetic of Empty)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3.27 16:15
  • 호수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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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김종도 수필가

 우리들은 필요한 것에 비해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더 갖기를 원하며, 항상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완벽하게 꽉 채워야 하는 욕심이 생기고, 남과 비교하여 자기가 우월해야 한다는 사고(思考)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지탄을 받는다. 
 이와 같은 습성은 지난 세월 많이 모자라고 부족했던 아픈 기억 때문에 후손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깔려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러하다(모두가 그렇지 않기에 다행이지만). 흔히들 쉽게 "저승 갈 때 하나도 안 가져 간다"면서도 이 행위는 버리지도 못하고 고쳐지지도 않는다. 
 일본의 `사사키 후미오`의 저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버리는 방법과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삶의 만족감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버리는 일이 심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기에 처음부터 작게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주변의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비우고, 나아가 버림으로써 여백의 편안함을 찾아 보기로 하였다. 
 먼저 서가(書架) 정리를 하였다. 사실 퇴직하면서 40여 년간 모아 온 책들을 약 1톤가량 폐품 처리한 적이 있는데 또다시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책 꽂을 빈 곳이 없어 책상이나 빈 곳에 그냥 쌓아 두었다가 두 번째 정리를 하였다. 사실 많이 못 버렸다. 또 쌓여 간다. 
 두 번째 옷장 정리를 하였다. 시대가 변하고 유행이 앞서 가는데 옷장 속의 옷을 버리지 못한다. 회갑 때, 칠순, 팔순 때 자식들이 사준 좋은 옷(흔히들 메이커 있는 것)이고, 한두 번밖에 입어 보지 못하여 아직도 새옷과 마찬가지기에 또 걸어 둔다. 약간의 낡은 것과 값싼 것, 잘 입지 않은 것들 몇 개나마 정리를 하고 나니 옷장이 웃는다. 
 버릴 것은 많다. 가슴 속에 머물고 있는 나쁜 마음과 비우고 싶은 허발을 버리니 즐거움과 기쁨이 조금씩 노래하며 어느 누군가 비집고 들어오려고 한다. 아마 들어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자연이나 인생에 있어서 아름다운 본질이고 멋진 내일을 위하여 편안함도 함께 하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되기에 비우는 방법과 버리는 습성을 조금씩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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