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폐기되는 종이팩류, 자원순환 스스로 나선 다랭이마을 카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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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폐기되는 종이팩류, 자원순환 스스로 나선 다랭이마을 카페들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3.03.27 17:48
  • 호수 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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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마을 카페들에서 수거한 우유팩을 정리 중인 이관수 씨. 매달 그의 카페에서 나오는 우유팩의 양만 20~30kg분량으로, 연간 300kg이 넘는다.
다랭이마을 카페들에서 수거한 우유팩을 정리 중인 이관수 씨. 매달 그의 카페에서 나오는 우유팩의 양만 20~30kg분량으로, 연간 300kg이 넘는다.

카페 우유팩, 직접 모아 수거
 다랭이마을 한 카페 앞, 카페 업주가 본인 사업장과 인근 카페를 돌며 직접 모아 온 상당한 양의 우유팩을 정리하고 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재생화장지로 교환받기 위해 정리 중인 것이었다. 그는 교환받은 재생화장지를 카페와 이웃들과 나눠 쓰고 있다고 했다.
 남해 다랭이마을이 고향이고 귀향한지 10년째인 이관수(다랭이918 대표) 씨는 평소에도 카페가 한적할 때면 마대자루를 들고 주변과 바닷가 쓰레기를 모아 치우는 등 기후변화와 내 마을 환경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마침 남해군자원봉사센터(센터장 손미경, 이하 자원봉사센터)가 자원순환 운동을 추진하자 기꺼이 동참해 2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쓰임, 그 이상의 쓰임
 지난해부터 남해군자원봉사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맞춤형안녕캠페인 `쓰임, 그 이상`은 자원순환의 필요성을 알리고 지역 내 자발적인 활동 기반을 조성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의 일환으로 지역 내 카페, 어린이집 등 우유 사용이 많은 사업장을 활동처로 삼고, 사업장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상태로 수거한 종이 우유팩을 수거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모아 온 우유팩 등 종이팩은 재생화장지로 교환된다. 이런 활동을 통해 공동체에 자원순환 인식을 퍼뜨리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로 우유팩 수거와 재활용을 경험한 카페 방문 손님과 어린이집 어린이들로 인해 가정으로, 이웃으로 자원재활용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원봉사센터는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자원순환 커뮤니티를 확산시키고 나아가 기후위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다랭이918카페를 비롯해 법흥사연꽃어린이집 등 읍·면에 모두 15개소의 카페와 어린이집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한 사업장에는 우유팩 수거함을 설치해주고 `자원순환 활동에 참여하는 실천기관입니다`란 문구가 새겨진 명패를 달아주고 있다.

이관수 다랭이918 대표(가운데)와 자원봉사센터 한은정(오른쪽)교육코디, 조주덕(왼쪽) 전산코디.
이관수 다랭이918 대표(가운데)와 자원봉사센터 한은정(오른쪽) 교육코디, 조주덕(왼쪽) 전산코디.

종이팩 그냥 버리면 어떻게 될까?
 우유팩은 폐지가 아닌 종이팩류로 분류된다. 재활용될 경우 고급 화장지의 원료가 되지만 그냥 버리거나 오염되어 재활용에 부적합한 경우 쓰레기로 처리된다. 2021년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매년 7만여톤의 종이팩이 발생하고 이 가운데 재활용되는 비율은 15~20%에 불과하다. 거기다 코로나19 비대면 소비 증가로 인해 수년간 재활용 비율이 더욱 감소해 80% 이상의 종이팩은 그냥 폐기되고 있다. 정부는 종이팩 분리배출과 재활용률을 높이고자 시범사업을 벌여왔지만 아직도 효과는 크지 않다. 남해군자원봉사센터는 중앙자원봉사센터의 공모사업 지역맞춤형안녕캠페인 `쓰임, 그 이상` 운동을 통해 이렇게 버려지는 종이팩을 재활용하면서 지역이 사회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하게 해 자발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유도하고 있다.
 
"주변 카페 적극 도와주신 덕"
 우유팩이 고급 화장지로 거듭나려면 분리배출 시 깨끗하게 씻고 말리고 모아 내놓아야 한다. 시간은 돈이라고, 이관수 대표도 재생화장지가 탐이 나서, 돈이 돼서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업에 동참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내 고향마을이라 다른 분들보다 아끼는 마음이 더 많을 수는 있을 것 같다. 예전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사람들이 당면한 기후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주변 카페 분들이 우유팩을 씻고 말려서 준비해주신 덕에 더 많이 재활용할 수 있다"며 "올해는 코로나19 상황도 좋아졌고 여름 성수기에 우유팩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인근 카페 분들과 협의해서 앞으로는 교환받는 재생화장지를 주변의 어려운 분들이나 불우이웃을 위해 내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이 다랭이마을을 넘어 온 남해로 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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