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하다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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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하다가 그만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4.03 14:07
  • 호수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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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누군가를 이야기할 때면 이름보다는 특징이나 기억에 남는 말과 행동으로 설명하는 것이 빠를 때가 있다. 대중의 사랑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유행어나 기억에 남아 따라 하고픈 행동을 가졌느냐가 인기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차인표라는 배우는 풋풋한 시절 출연한 드라마에서 운동으로 다져진 단단한 몸매에 색소폰을 부는 모습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첫 드라마에서 각인된 이미지로 큰 인기를 얻었기에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오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시간이 흐르고 존재감이 희미해질 무렵 드라마인지 시트콤인지 기억도 못 하지만 치아를 깎아낼 듯한 분노의 양치질 장면만은 다시 대중에게 각인되며 예능과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머리를 매일 감지는 않더라도 양치만큼은 매일 두 번 이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양치질을 배우는 유아가 아니라면 누구나 편안하게 하는 양치지만 간혹 바쁜 마음에 분노의 양치질을 하다가는 칫솔에 잇몸을 다치기도 한다. 양치나 음식을 씹다가 잇몸을 찢거나 혀를 깨물어 다치면 아픈 것보다는 어이없는 실수에 화부터 나는 것은 너무 방심해 다치는 부주의에 대한 자책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하다 잇몸을 다치고 말았다.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핑계가 무색한 것은 50년 이상 해온 양치질을 하다 다쳤다는 것이다. 안일한 마음과 교만이 살아가며 제일 쉬운 것들을 하며 자신을 다치게 했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어이없이 다친 잇몸을 혀로 더듬으며 숙달된 모든 것을 소홀히 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해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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