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다시 둥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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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다시 둥글어진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4.21 10:41
  • 호수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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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멋진 정원은 아니지만 주차장 화단에는 몇십 그루의 나무와 꽃들이 심겨 있다. 몇 년 전 주차장 공사를 하며 기존 조경수 외에 철쭉과 유실수를 큰 나무 사이마다 심으며 다양한 꽃과 열매를 기대했다. 
 공을 들일 때는 더디게만 자라는 듯 하더니 관리를 소홀히 하기 시작한 후 무심코 보니 훌쩍 성장해 대견한 마음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각자의 꽃도 피우고 연록의 풍성한 잎사귀를 흔드는 모습이 이쁘게만 보인다. 
 주차장 여러 나무 중 유독 벚나무 한그루가 봄마다 꽃을 피워 즐거움을 주지만 버찌가 떨어지면 주차한 차량에 떨어져 여간 성가시지 않았다. 몇 해를 버티다가 맘먹고 큰 줄기 하나만 남기고 모두 잘라 버렸다. 여름철 넓은 그늘을 제공하던 가지들을 자르고 나니 휑한 것이 볼 때마다 잘못한 것이 아닌지 약간의 후회가 들었다. 
 둥글게만 자라던 벚나무를 큰 가지 하나만 남기고 나니 꼭 `니은`을 닮았다. 가지를 자른 후 모양이 잡힐 것 같지 않던 벚나무가 몇 해가 지나자 잔가지가 자라면서 다시 둥글어지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가지를 자른 지도 모를 만큼 본 모습에 가깝게 자랐다. 
 식물이나 동물이 한번 자리 잡은 모양과 습관은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대부분 본래의 성질로 돌아가는 듯하다. 세상 모든 것이 본성대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겠지만 그래도 함부로 돌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 사람의 삶인 것 같다. 끊었던 담배나 술을 다시 한다거나 다른 이에게 피해가 되는 버릇 등은 고치고자 한 의도대로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가지치기하듯 자신을 다듬는 큰 노력이 있어도 원상태로 돌아가길 반복하는 일들이 없는지 생각해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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