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거부권` 양곡관리법 개정안, 끝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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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권` 양곡관리법 개정안, 끝내 무산됐다
  • 한중봉 기자
  • 승인 2023.04.24 11:22
  • 호수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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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본회의 재투표에서 출석의원 찬성 2/3 넘지 못해
민주당 "양곡법 정상화 계속 추진", 정부는 쌀값 안정화 대응책 내놔
농민단체 "쌀값하락 정책실패 탓, 정부 후속대책도 실효성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국회는 지난 13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의 건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다. 표결 결과 재석 의원 290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12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의석 분포상 민주당이 정의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을 모두 끌어모아도 115석을 가진 여당인 국민의힘이 집단 부결에 나서면 가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증가하거나 쌀값이 평균보다 5~8% 떨어지는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는 내용이 골자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반대 속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이 법안에 대해 취임 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재표결 끝에 부결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양곡관리법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잘못됐다고 지적했고, 법안에 대한 찬성 의견이 훨씬 높았다"며 "후속 입법을 통해 반드시 양곡관리법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마늘생산자협회 등으로 구성된 농민의 길이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마늘생산자협회 등으로 구성된 농민의 길이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 쌀값 안정화 대응책 발표
 정부는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쌀값 안정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라 지난 6일 `쌀 수급 직불제 확대 및 농업·농촌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올해 수확기 쌀값이 한 가마니(80㎏)당 20만원이 되도록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벼 재배면적을 줄여 쌀 적정 생산을 유도하고 초과 생산분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특히 일반 벼처럼 재배할 수 있는 가루 쌀을 대폭 확대해 과잉 생산 우려가 있는 밥쌀 생산을 줄일 예정이다. 또 농가 소득·경영 안정을 위해 올해 2조8000억원 규모인 농업직불금 예산을 내년에는 3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2027년까지 5조원 수준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농민단체, 거부권 규탄 기자회견 열어
 농민단체들로 이뤄진 농민의 길이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을 강하게 규탄했다.
 농민의 길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여전히 시장원리만을 외치며 농업과 농민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 지난해 쌀값 폭락이 정부가 제때 시장격리를 실시하지 않으며 발생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며,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라 폄훼하며 결국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했다. 심지어 국무총리라는 작자는 담화에서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농민들이 게을러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묵묵히 일하고 있는 농민들의 피와 땀을 모두 무시하는 망발이 아닐 수 없다"고 규탄했다.
 또한 "거부권 행사 후속대책이랍시고 내놓은 것 역시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 쌀값을 20만 원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며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겠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쌀 자급률은 90% 초반에 머물렀고, 2022년에는 84%대로 추락했다. 쌀이 남는 것은 쌀이 많이 생산되어서가 아니라 매년 국내생산량에 13%에 달하는 물량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쌀값폭락의 책임을 농민에게 돌리기 위해 벼 재배면적을 줄이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정부 후속 대책을 비판했다.
 아울러 "또 다른 대책으로 내놓은 가루쌀 재배 육성과 시장격리 또한 대책이 아니다. 가루쌀은 쌀도 밀도 대체할 수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치적을 쌓기 위해 고집스럽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며, 시장격리 역시 시기와 방식이 맞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고, 그나마도 정부의 재량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지난해 증명되었다"며 가루쌀 재배 육성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농민의 길은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카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전국사과생산자협회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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