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속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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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속 식물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4.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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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학교를 파하고 돌아오다 개업 집 앞에 세워진 축하 화환을 처음 보았다. 예쁜 꽃들을 둥근 원판에 가지런하게 꽂아 둔 모양이 참 좋아서 바라보고 있는데 아주머니 몇 분이 꽃들을 종류별로 뽑아가시기에 의아했다. 이빨 빠진 모양으로 듬성듬성 비어가는 화환의 모양이 기억에 남아 어머니께 여쭈니 꽃을 뽑아가는 것은 개업을 축하하는 뜻이 담겨 있기에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그 후부터 개업 집을 지날 때면 꽃을 몇 송이 뽑아 왔던 기억이다. 
 그때만 해도 꽃이 귀해 화환 꽃의 일부는 종이로 만들었고 때때로 조화만으로 만들어진 화환들도 많이 사용했다. 슬레이트 지붕이 없어지고 주변이 콘크리트 건물들로 채워지며 축화 화환이 모두 생화로만 세워질 만큼 경제성장을 이루자 개업 집 앞에서 꽃을 뽑아가는 풍경은 보기 힘든 지난날의 추억으로 사라진 기억이다. 
 화환이야 꽃이 시들기 무섭게 꽃집에서 수거해가지만, 화분은 보낸 분의 정성을 생각해 키워보려 해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대부분은 죽이는 우를 범했다. 
 너무 싱싱해 물만 주어도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은 화분이지만 한 달을 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게를 줄이려 스티로폼으로 채워진 화분 내부에 식물을 심고 소량의 흙을 덮어 수분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분갈이를 해도 자연 속 식물만큼 강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10~20대의 사망원인 중 자살 비중이 급증했다고 한다. 입시와 취업이 주원인이라며 법과 제도를 고치자는 의견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아들딸들이 화분 속 식물처럼 쉬이 시들어버리는 것은 오히려 강해질 기회를 뺏어버리는 화분과 같은 제도와 법과 기성 세대들이 놓지 못하는 욕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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