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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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5.12 10:12
  • 호수 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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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지금의 초등학생도 어버이날이 돌아오면 학교에서 종이 카네이션 만드는 것을 배울까? 지난날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3학년쯤 되었을 때 카네이션 만드는 것을 배웠던 기억이다. 서툰 고사리손으로 만든 붉은 종이꽃을 가슴에 달아 드렸을 때 어머니는 마냥 행복한 표정으로 국제시장 좌판에서 만두를 빚어 파시던 모습이 가슴에 새겨져 있다. 그렇게 좋아하셨건만 한 두어 번 더 달아드리고는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을 어둡잖은 이유로 꽃을 선물하지 못했다. 
 어버이날 길에서 만나는 어른들의 가슴에 종이꽃들이 나를 꾸짖는 듯 느껴져 불편한 마음이 들 때면 오히려 제대로 용돈 한번 받아 본 적이 없기에 못해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억지 위안을 했던 기억이다. 그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그간의 죄송함을 상쇄시키려 생화를 가슴에 달아드리면서도 항상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꽃 하나에 모두 담을 수 없는 좁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모든 게 부족해 직접 종이꽃을 만들던 시대가 지나고 생화를 가슴에 꽂는 것이 당연시되더니 한 송이로 부족했는지 요즘은 바구니가 대세인 것 같다. 
 20년 전쯤 딸이 조그마한 손으로 카네이션을 달아줄 때 멋쩍은 마음으로 온종일 가슴에 훈장처럼 달고 다녔던 기억이 생생한데 올해는 바빠서 오지 못한다며 핸드폰에 편지를 적어 보내왔는데 조금 서운한 마음이다. 
 어버이날 꽃을 선물할 분들을 모두 떠나보낸 이제야 카네이션에 담긴 의미가 조금은 명확히 보이는 것 같다. 어버이날에 가슴에 꽃을 꽂은 어른들을 한 분도 보지 못했다. 젊은이들이 내리사랑에만 너무 길들어버린 건 아닌지 잠시 걱정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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