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피땀어린 논두렁돌, 탑으로 빚어 올린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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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피땀어린 논두렁돌, 탑으로 빚어 올린 주민들
  • 김희준 기자
  • 승인 2023.05.15 11:49
  • 호수 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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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대사마을 정상봉 고현면주민자치위원장

대사마을 출신으로 고등학교까지 남해에서 졸업하고 젊어서 부산으로 나가 체육교사로 교편을 잡았던 정상봉(71·대사마을) 씨는 40년 타지 생활을 접고 10여년 전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고현면 체육회장, 마을운영위원장 등을 거쳐 지금은 고현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직만 유지한 채 마을 주민들과 함께 직접 꾸민 187개의 돌탑과 공동쉼터를 관리하는데 모든 힘을 쏟고 있다. 대사천을 따라 산책로를 이어가길 바란다는 정상봉 씨를 지난 1일 대사마을에서 만났다.<편집자주>

정상봉 씨가 마을주민들과 함께 만든 돌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상봉 씨가 마을주민들과 함께 만든 돌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돌아온 고향, 옛 모습 없더라
 정상봉 씨가 처음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대사마을 권역을 가로지르는 대사천과 마을은 어릴 때 봤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고 한다. 각종 생활 쓰레기가 하천에 떠다니고 산신제를 모시던 제단은 허물어져 있었다. 정비가 필요한 논두렁과 마을길까지,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다는 정상봉 씨.  연간 300만원이 지원되던 경관보전직불제를 이용해 조금씩 마을을 꾸미기 시작했으나 성에 차지 않았다. 당시 권역단위종합정비사업으로 1억여원을 지원받기로 돼 있던 대사마을 지원금이 턱없이 작다며 발벗고 나서, 각고의 노력끝에 이를 4억여원으로 불릴 수 있었다. 이 지원금으로 지금의 대사마을 앞 수령 100여년의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쉼터와 동제 제단, 밥무덤을 꾸밀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쉼터와 제단을 돌보고 식수를 가꿔오고 있다. 이 쉼터는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 뿐 아니라 주변 관당, 동남치, 북남치로 통하는 관문으로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지난 신활력플러스 사업 공모 선정 결과물인 대사천 주변의 돌탑들과 주변 식수관리까지 정 씨의 몫이 되었다.

연말엔 아름다운 조명이 밝혀질 예정인 대사마을 돌탑 산책로.
연말엔 아름다운 조명이 밝혀질 예정인 대사마을 돌탑 산책로.

주민들 모두의 손때 묻은 돌탑
 신활력플러스 사업의 지원을 받아 쌓은 돌탑은 모두 108개, 나머지는 그 이전에 마을 주민들과 직접 나서 모두의 힘으로 쌓아 올린 것 들이다.
 준영구 논두렁 공사 당시 기존의 돌들을 캐어내 모두 버리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정 씨. 논두렁을 일구기 위해 선조들이 피땀을 흘려 파내고 옮겨 쌓은 돌들이 논두렁 공사로 허망하게 버려진다니 고향사랑이 지극한 정 씨로선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정상영 씨가 주민들과의 회의 끝에 이 돌들로 탑을 쌓을 것을 제안 했고 주민들도 흔쾌히 뜻을 모아 주었다.
 지금의 대사마을 뚝방길을 조성하고 가꾸는데 주민들 뿐만 아니라 정 씨의 손때가 안 묻은 곳이 없지만 처음 돌탑을 조성할 것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도움을 청했을 때 고령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내민 손을 잡아 준 오현표 노인회장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돌탑 쌓는 기술을 가진 오현표 회장과 마을 주민들이 돕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돌탑도, 뚝방길 조성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책로 불 밝혀 점등식 했으면
 정상봉 씨와 대사마을 주민들이 꾸며 놓은 대사천 뚝방길은 차를 타고 지나가며 봐서는 반 밖에 알 수 없다. 최근 식수한 겹벚꽃나무와 수양벚꽃, 수국, 영산홍, 줄장미 등이 작은 산책로를 이뤘는데 꽃이 피지 않았음에도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꽃피는 계절이 돌아오면 장관이 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식수한 꽃나무들은 아직은 정 씨가 경운기에 물탱크를 실어 일일이 오가며 물을 대고 있다. 조만간 전기를 끌어와 돌탑도 밝히고 양수기도 돌려서 관수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모든 돌탑에 조명을 달아 아름다운 야경도 만들 생각이라고 한다. 지금은 대사마을 앞에만 돌탑을 쌓았지만 대사천을 따라 돌탑을 이어 대사리 뚝방길까지 산책로를 조성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마을 바래길로 꾸며 보고 싶다는 속내도 비췄다. 하지만 당장은 오는 8월경까지 돌탑 조성과 정비를 마치고 올해 안으로, 농한기에는 도움주신 분들을 모시고 점등식도 하고 잔치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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