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세상살이 토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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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세상살이 토막말』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5.19 09:57
  • 호수 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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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서관호 시조시인·칼럼니스트
서  관  호시조시인칼럼니스트
서 관 호
시조시인
칼럼니스트

 어언, 이웃 선생 타계 20주기가 되었다. 해마다 추도식에 참석했으나 올해는 건강이 여의치 않아서 불참하였다.『세상살이 토막말』몇 편을 다시 읽으며 올해의 추도사에 대신코자 한다.
 세상에 변치 않는 것은 무엇일까? 시간 앞에 변치 않는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몇 가지가 있는 것 같다. 그 하나는 흔히 말하는 진리(眞理)이고, 또 하나는 사람에게는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 등이다. 
 필자는 2001년 11~12월에 남해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였다. 34년 만에 고향에 체류하는 소중한 시간이어서 귀한 분들을 만나보는 것이 하나의 작은 목표였다. 이웃 선생님을 뵐 생각을 어느 분께 말씀드렸더니 환우 중에 계시다고 해서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이듬해 5월에 향년 74세로 타계하셨다. 
 이후 남해시대 창간과 동시에 칼럼을 쓰면서 이웃 선생님에 대한 글을 다섯 번 정도 쓴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이웃선생기념사업회를 만들 때 회원이 되었다. 어언 21주기가 되었는데도, 생전에 뵌 적도 없는 분인데도 추모의 정이 오히려 더 깊어만 가는 것 같고, 만나보지 못한 사이에도 마음이 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면서 잊히지 않는 것이 더러더러 있는데 앞에서 말한 것에 몇 가지를 더하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씀, 성현들의 명언도 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나는 책상에 앉아 손을 뻗으면 닿는 자리에 이웃 선생의『세상살이 토막말』을 꽂아두고 눈에 띌 적마다 꺼내서 몇 말씀씩 읽곤 한다. 아마도 이 책은 나의 후손에게까지 물려주는 유산이 될 듯하다. 
 오늘은 이웃 선생 타계 20주기를 맞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선생의 말씀 몇 편을 다시 곱씹어보고자 한다.
 
 - 공자(孔子)의 학력 : 공자가 무슨 대학을 나왔느냐고? 공자의 이력서에는 학력이 없다. 그는 자기대학(自己大學)을 나왔을 뿐이다.
 
 - 일제 때 소학교만 나온 이웃 선생은 전 학년을 일본말로만 공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자가 되고 소설가가 된 것은 여기서 말하는 자기대학을 나온 결과이다. 선생의 명언은 논어와 중용에 비길 만하고, 선생의 인품은 공자에 비길 만하다. 그러한 평가는 이 책이 논어와 중용만큼 읽혀진 연후에 나올 수가 있겠지만, 지금 우리들 피부에 와 닿는 말은 오히려 이웃 선생의 명언이 아닌가 싶다. 
 
 - 세상 만물은 임자를 찾아간다 : 돈은 돈을 아는 사람에게, 책은 책을 아는 사람에게, 사람은 사람을 아는 사람에게 간다. 땅속에 묻혀있는 금이나 쇠도 그것을 아는 사람에게로 간다. 행복도 행복을 아는 사람에게로 간다.
 
 - 돈을 좇지 않는 사람이 없고 행복을 찾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을 진정으로 알려고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우리는 무엇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마구 들이댈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알아가는 노력부터 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배운다. 
 
 - 사람이 죽은 것 : 나무는 죽어도 땔감이라도 쓸 수가 있고 짐승이 죽으면 털가죽이라도 쓸 수가 있으나 사람이 죽으면 아무 데도 쓰일 곳이 없다. 땅 밑으로 가는 것이 제일이다. 그러나 그 뜻, 그 사업은 남아 있는 법이다. 죽고 난 뒤에 쓰이기 위해 뜻이나마 심어두는 것이 어떨까.
 
 - 선생께서 심어둔 뜻을 읽으면서 `소중한 것이 모두 내 곁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글을 배우지도 않았고, 중학교조차도 다니지 못했으며, 남해 땅을 벗어나보지도 아니한 선생께서 간파해낸 진리, 그것은 오로지 그분 속에 있었다. 우리들도 각자 내 속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자.
 
 말이 진리를 담았을 때 그것을 명언이라고 한다. 이 글의 서두에서 처음에는 진리를 말했고, 다음에는 말씀을 들추었다. 이것을 합쳐보니 명언이다. 이웃 선생의 명언 읽기를 반복하면서 나는 이 어른께서 어찌 이런 명언을 남길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다. 첫째는 자신의 내면을 다 끄집어내었고, 둘째는 남의 내면도 다 들여다보았으며, 셋째는 세상의 이면까지도 낱낱이 살폈던 것이다. 그런 연후에 토해내는 선생의 말은 모두가 진리를 담게 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웃 선생을 우리가 기리는 것은 그의 말씀대로 세상에 진리를 남겨 사람들이 이를 실행케 하리라는 `뜻을 심어`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명언은 두고두고 우리의 심금을 울릴 것이고, 선생께서는 천세로 후세의 가슴속에 살아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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