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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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고백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6.05 09:34
  • 호수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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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맏형과 20살 이상 차이가 나는 동네 친구가 있었다. 그 아버지께서는 늦게 낳은 막내가 30살도 되기 전에 돌아가셨다. 그때만 해도 동네에 초상이 나면 꽃상여를 메고 장지를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한번도 메어보지 못한 상여를 따라 나서려 니 외조부께서 다른 이들도 많으니 가지 말라고 한사코 말리신다. 친구의 일이라 꼭 장지까지 상여를 메겠다고 하니 "앞에서 두 번째나 세 번째에 서고 바람을 얼굴에 맞는 방향에 위치하라" 이르시기에 이유를 여쭈었다. "상여 메어본 경험이 없는데 그 집 장지가 멀고 가파르니 두세 번째 서면 힘이 덜 든다" 하셨다. 또 더운 여름 돌아가셨으니 혹여 상여를 스치는 바람에 맡기 힘든 냄새를 피하라며 방향까지 정해 주시기에 젊은 생각에 `너무 무정하리만큼 냉정하다` 생각했다. 
 외삼촌의 사업을 배우며 일하던 8년간 거의 매일같이 저녁 식사 후에는 외할아버지와 삶과 뉴스 이야기를 한 시간 이상했다. 일방적인 가르침보다는 친구와 대화하듯 편안하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했는데, 경험과 어른이라는 무게로 손자를 누른 기억이 전혀 없을 만큼 외할아버지는 현명하고 멋진 분이셨다. 특히 토론에서 밀리거나, 옳은 의견이라 생각되는 상대방의 의견은 흔쾌히 받아 주시는 모습 때문에 돌아가신지 20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도 그리운 마음이다. 그런 조부께서 어느 날 "이제 나에게 아집이 생겼으니 대화 중 불편함이 생기면 돌아오라" 하셨다.
 옳은 말이어도 당신께서 바로 수긍치 않으시면 따지지 말고 기다리라 하신다.
 오늘은 어려워도 내일은 좀 더 나은 선택을 하신다고, 직위를 가지거나 지도자의 길을 걷는 이들 중 본인의 아집과 권위를 바라보는 이들이 많아지는 세상이길 기원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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