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川 빈종수
앞마당 잔디밭에
맷돌이 볼 비비고 앉았다
암 맷돌, 숫 맷돌
할머니 손때 묻어
깊은 골은 닳고 닳아 민낯이다
한평생 한 몸 되어 들숨날숨
맞춰가며 보듬고
보리며, 콩이며
곡식을 마구 먹어대던 작은 입은
굶주린
우리들의 빈속을 채워주었다
과거를 묻고
징검다리가 되어버린 맷돌
줄지어 앉아
밋밋한 등 내밀며
어서 밟고 가라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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