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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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44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6.15 16:08
  • 호수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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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버스 44> 상영 시간 11분에 불과한 홍콩 단편영화의 제목이다. 영화는 한적한 시골 마을을 달리는 버스로부터 시작된다. 버스 기사는 다이어트에 성공해 한결 예뻐진 여성이다. 승객 대부분은 교통이 불편한 중국 외곽지역의 특성상 버스 기사와 정겹게 인사하는 서로가 낯익은 얼굴이다. 먼지를 날리며 달리던 버스는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남자 승객을 1명 태우게 되고, 탑승한 승객은 자리에 바로 앉지 않고 기사에게 두 시간 이상 기다렸다며 감사인사를 한다.
 거의 만석인 상태로 달리던 버스를 2명의 남자가 길을 가로막고 세우는데 기사는 흔쾌히 탑승을 시킨다. 탑승 후 강도로 돌변한 두 남자는 칼을 들고 뒷자리 승객부터 금품을 갈취하고 마지막으로 기사의 돈까지 강탈한다.
 목적을 이룬 강도가 도망가려다 기사의 미모를 보고는 차에서 끌어 내리고 성폭행을 하려 하는데, 수십 명의 승객들은 외면하고 만다. 그때, 아까 버스를 세운 승객만이 성폭행을 말리려다 칼에 찔리지만, 누구도 돕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기사는 폭행을 당한 상태로 운전대에 앉게 됐고 승객들은 빨리 가자고 무언의 압력을 가했다.
 기사는 자신을 도운 승객의 탑승을 거부하고 짐을 창밖으로 던져버리고는 차를 출발시킨다. 칼에 찔린 채 버려진 승객은 지나는 차를 히치하이킹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수지에 빠져있는 버스를 목격하게 된다.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사고현장에 홀로 살아남은 승객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버스 44>와 유사한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원흉을 외면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더 큰 상처를 받은 기사의 선택은 많은 질문과 의미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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