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의 3년은 지역 문화자원을 공유하는 즐거운 시간들의 이어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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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의 3년은 지역 문화자원을 공유하는 즐거운 시간들의 이어짐이었다"
  • 한중봉 기자
  • 승인 2023.06.26 15:59
  • 호수 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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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자로 남해 떠나는 류지앵 남해도서관장
인문학강연과 꿈길갤러리 통해 도서관 활성화에 기여
류지앵 남해도서관 관장은 남해 근무 3년 동안 인문학센터와 꿈길갤러리 등을 통해 지역 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류지앵 남해도서관 관장은 남해 근무 3년 동안 인문학센터와 꿈길갤러리 등을 통해 지역 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류지앵 남해도서관장은 1991년도에 처음으로 사천도서관에 발령받은 후 32년 동안 경상남도교육청 산하 지역 도서관 실무자와 관장으로 일해왔다. 그중 남해에서 3번을 근무했다. 근무 햇수를 합하면 모두 9년이다. 때문에 류 관장은 스스로를 "이제 남해사람이 다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일에 대한 열정과 꾸며 표현하지 않는 편안함으로 남해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류 관장이 오는 30일 자로 남해도서관을 떠난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류지앵 팬을 자처하는 몇몇은 "못 떠나게 해야 한다"는 말로 그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있다. 

"좋은 분들 만나 행복했습니다" 6월 30일 자로 남해를 떠나는 류지앵 남해도서관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군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류 관장은 7월 1일부터 삼천포도서관에서 근무한다.

문화예술인의 요람 `꿈길갤러리` 
 사람들이 류 관장을 떠나 보내기 싫어하는 까닭은 그가 지난 3년 동안 남해도서관에 근무하면서 보여준 열정 때문이 아닐까? 
 류 관장은 남해도서관 1층에 마련한 전시공간 꿈길갤러리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인을 위한 열린 공간을 마련했다. 꿈길갤러리에서는 색다른 캘러그라피 5인전, 이진만 작가의 `마음을 그리다` 전시회, 김형득 작가 전시회, 색초롱그림회의 `인생은 아름다워라` 전시회, 사고로 팔과 다리를 잃고 그림에 전념하는 엄홍성 작가 전시회, 수채화가 하길숙 작가 전시회, 최인옥 작가 전시회, 김성미 개인전 `내 마음속 그림책` 전시회, 엄성화 개인전 `꽃 들어오다 내 맘에` 전시회, 민화 동아리 회원전 등 많은 전시회가 열렸다. 
 이 중 몇몇은 꿈길갤러리를 통해 첫 전시회를 갖는 기회를 마련했다. 꿈길갤러리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요람이 된 것이다. 류 관장은 "도서관은 내 발로 찾는 평생교육이자 문화의 집합체"라며 "저와 꿈길갤러리 실무자인 박순미 주무관이 없더라도 꿈길갤러리가 계속 이어져 지역예술계 서로에게 활력이 되는 선순환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해의 문인 불러낸 도서관 지역인문학센터
 2020년 7월 세 번째 남해도서관 근무를 시작한 류 관장이 한 일 중 하나가 『보물섬 작가와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이었다. 
 이 여행길에는 서면 출신 고두현 시인의 `노도에서 건진 나의 유배 시첩 연작`, 남면 출신 백시종 작가의 `왜 우리는 잊혀진 근대사를 기억해야 하는가`, 삼동 출신 박소현 작가의 `자녀를 명품 인재로 키우는 독서의 힘` 창선 출신 서관호 시조 시인의 `남해와 시조, 창선 출신 김봉군 교수의 `어떻게 살 것인가(부제: 탐욕의 길과 사랑의 길)` 등이 동행했다. 
 고향을 찾은 남해 출신 작가들은 열정을 다해 강연하며 묵혀왔던 `애향`(愛鄕)을 쏟아냈다. 지역인문학이 빛을 발하는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아울러 지난 6월 2일 있었던 전직 빨치산 출신 아버지의 장례식을 다룬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작가 정지아 초청 강연에 60명이 넘는 참석자들이 모여 성황을 이룬 것도 류 관장과 남해도서관 실무자들이 만들어 낸 성공작이었다. 남해도서관의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하고 풍부한 강좌도 눈길을 끌었다.
 
묻혀 있던 정을병 작가를 불러 오다 
 1993년 중앙일보 5월호에 남해 비하성 내용이 담긴 원고를 실어 고향으로부터 외면받아온 소설가 정을병을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게 한 이도 류지앵 관장이었다. 류 관장은 지난해 남해도서관 지역인문학센터 초청 강연을 온 삼동면 출신 박소현 수필가로부터 남해출신 소설가 정을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인문학 포럼 `남해의 작가 정을병, 다시 읽다`를 기획했다.
 류 관장이 고향 사람들조차 섣불리 꺼내지 못하거나 혹은 잊고 있었던 `정을병`이란 다소 버거워 보이는 듯한 주제를 문학적으로 접근해, 정을병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조명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이러한 그의 담대한 도전에는 "도서관 지역인문학센터가 그런 일을 하려고 있는 것"이란 생각과 함께 "문화의 힘이 지역의 건강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었다.
 남해도서관의 정을병 포럼 이후 남해의 문인들과 정을병 작가 정신을 높이 사는 지역주민들은 정을병 문학비 건립 추진위원회를 꾸려 그의 기념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류 관장은 "남해도서관 윤독 모임에서 정을병 작품 읽기를 통해 정을병 다시 보기를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남해를 떠나더라도 자주 오고 싶습니다"
 지난 21일 남해도서관을 찾아 류지앵 관장을 함께 지난 3년을 돌아봤다. 류지앵 관장은 "남해에서의 3년은 지역 문화자산을 발굴하고 지역 사람들과 이를 함께 공유하는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남해에 근무하는 동안 많은 분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며 "이 인터뷰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뭇가지 위의 꾀꼬리`란 이름에 어울리는 맑고 밝은 음성과 담백한 열정으로 남해사람들에게 문화 자긍심을 심어 준 류지앵 관장. 그는 마지막으로 "비록 몸은 남해를 떠나더라도 마음은 쉬이 떠나지 못할 것 같다"며 "그 마음 다 할 때까지 남해에 자주 오고 싶다"고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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