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잡을 수 없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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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잡을 수 없는 나무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7.03 16:15
  • 호수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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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날이 더워진 만큼 숲이 짙어졌다. 출퇴근하며 차 창밖으로 흐르는 산을 바라보며 주말이면 다시 오르리라 다짐하면서도 오랫동안 오르지 못했었다. 그렇게 생각만 하던 등산을 오래간만에 하게 되었다. 등산로가 아니면 어느 곳도 쉬이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짙어진 산은 오랜만에 찾은 나를 반겨주었다. 
 살을 빼겠다는 목적으로 억지 등산을 할 때도 좋았지만 그냥 목적 없이 오르는 그 날의 산행은 평소보다 느긋했기에 오감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산의 초입에 만난 잡목과 넝쿨들을 지나자 울창한 편백숲에 다 달았다. 누군가 만들어둔 벤치에 앉아 편백을 바라보니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높고 바르게만 자란지라 문득 사람과의 관계도 딱 이만큼 유지된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쉬고 다시 산을 오르니 바위들로 이루어진 구간에 접어들었다. 숲이 없으니 산 아래 풍경도 보이고 올라야 하는 정상도 보이지만 햇볕이 여간 따갑게만 느껴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중간쯤 올랐을 때 그만 오를까 고민했지만,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을 시원한 바람을 만나러 끝내 올랐다. 
 하산 후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맥주를 마시며 오늘의 대견한 등산 얘기를 나누었는데 지인이 숲이 꼭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닮았다고 말할 때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편백이나 소나무 숲처럼 간격을 잘 유지하며 자라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잡목으로 뒤섞여 자라는 곳에 칡과 등나무마저 타고 올라 질서라고는 찾을 수 없이 각자의 생존에만 최선을 다하는 공간까지 생각해보면 식물이나 사람이나 똑 닮아있는 것 같다. 키우는 나무도 성장해 버리면 휜 곳을 바로잡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사람만큼은 다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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