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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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 쌀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7.06 14:45
  • 호수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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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40년 전만 돌아보아도 쌀가게와 연탄 가게가 동네마다 있었다. 부유한 이들이야 연탄을 몇백 장씩 재어두고 쌀도 자루째 구매해 필요할 때마다 사용했지만 서민들의 생활은 달랐다. 보수동 헌 책방골목은 다 읽은 책을 파는 이들과 새 책을 사지 못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좁은 골목을 바삐 걷는 어른들의 손에는 한 되의 쌀을 담은 노란 봉투를 든 가장들의 퇴근길이 심심찮게 보이는 서민들의 길이었다. 라면이 별미이고 도시락에 흰 쌀밥만 담아도 행복했던 그 시절 하얀 백미 밥은 어쩌면 행복의 척도이기도 했던 기억이다. 그때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 쌀을 한 되씩 사서 먹었다면 지금은 오로지 맛있게 먹기 위해 소포장을 선호하고 있다. 심지어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햇반의 매출이 해마다 오르는 것을 보면 정말 풍요로워진 것 같다. 없어서 잡곡밥을 먹던 시대에서 건강을 챙기려 일부러 잡곡밥을 먹는 시대로 변하더니 요즘은 현미밥이 대세이다.
 백미와 현미의 차이는 껍데기를 얼마나 벗겨내고 먹는가의 차이이다. 완전히 벗겨내면 백미가 되고 마지막 껍질 부분을 남기면 현미가 되는데 이 미세한 차이에 엄청난 양분이 들어가고 안가 고가 결정지어진다니 자연의 신비가 놀라울 따름이다. 암이나 당뇨 환자에게 의사는 꼭 필수적으로 현미밥을 권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성인병과 다이어트 목적으로도 많이 먹고 있는 현미밥의 유일한 단점은 꺼끌꺼끌한 식감 때문에 백미 밥보다 맛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부분 우리에게 이로운 것들도 우선은 무언가 조금은 불편하다. 사회생활을 하며 부딪히는 사람도 그런 것 같다.
 우선 달콤하고 재밌는 관계는 어쩌면 백미 밥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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