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들어가는 게 제일 싫다"
지난달 26일, 심순금 할머니를 찾아 심천마을 깊이 들어갔다. 심천마을 사는 심순금 할머니는 올해 86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논 농사에 마늘 농사, 깨 농사도 짓는다.
세월 앞에 겸손하게 허리는 굽었지만 다른 잔병치레는 안하고 건강하다고 했다.
"내가 인자는 부엌에 들어가는 게 제일 싫고 귀찮다. 그래도 밭에 풀 자라는 거는 가만 안 놔둔다"는 할머니, 한 달에 두어 번, 택시를 타고 나가 정형외과에서 주사를 맞고 오는 게 유일한 마실이다. 일년 내내 벼, 마늘, 깨, 콩밭을 일구고 거두고 또 일구고 거둔다.
"남은 건 잘 죽는 것 뿐"
이제 농사는 그만 지으실 때도 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자슥들도 그만하라 그라는데, 일이라도 안하믄 돌아다닐 일이 없다. 나이가 많아가 이자 남은 거는 잘 죽는 것 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우리 할배 세상 떠난 지가 3년인데, 할배 죽을 때 내 맘 고생을 그리 시켰네."
젊어서 한 번에 두 가마, 세 가마를 지고 나를 정도로 건강했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아픈데도 한사코 병원을 안 가서 심 할머니 마음 고생을 많이 시켰단다. 그래서 할머니는 "어떻게 하면 잘 죽을까 그 걱정 뿐이라, 내가 그것 밖에 없네. 자슥들 고생 안 시키고 내가 죽는 거"라고 말한다.
아들 셋에 딸 둘까지, 육성회비며 공납금 낼 돈이 없어서 돈을 빌리고 벼, 마늘 판 돈 나오면 갚아가며 키웠지만 어엿하게 자라 시집, 장가 가고 손주까지 안겨줘서 대견하다고, 그런 자식들 고생 시키고 싶지 않단다.
옛 생각을 하니 문득 떠올랐는지 두 딸을 시집 보낼 때, 키우던 정든 소 세마리를 장에 팔고 돌아오며 펑펑 울었던 기억을 들려준다.
`어떻게 하면 오래 살까`를 걱정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잘, 품위 있게 죽을 수 있을 지` 고민하는 심순금 할머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