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전국 유일의 월남파병용사를 기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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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전국 유일의 월남파병용사를 기린 공간
  • 전병권 기자
  • 승인 2023.07.07 14:23
  • 호수 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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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용사 기념, 베트남교류 기틀의 장
안보역사 교육의 장, 지역 홍보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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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참전유공자들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 시작은 흔적을 이어가는 진심으로부터 ②

호국보훈 현충시설을 예로 들면, 6·25전쟁이나 3·1운동 등과 관련된 공간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월남전쟁(베트남전쟁)과 관련된 시설을 떠올려보면 기념탑 말고는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보통 사람은 잘 모르지만, 월남 파병을 다녀온 참전유공자라면 누구나 거쳐 가는 곳이 있다. 강원도 화천군 오음리 훈련소. 월남전 참전유공자들에게는 소위 "오음리 훈련소"라고 불리는 이곳은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장병들이 실전과 같은 훈련을 받고 베트남으로 떠나는 출정기지로서, 장병들의 땀과 애환이 깊이 배어있는 `옛 파월장병훈련장(제7보충교육단)` 자리에 2008년 10월 23일 개장했다.

오음리(바람버뎅이) 죽엽산 자락에 위치한 `월남파병용사 만남의 장(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죽엽산길 81-68)`은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참전용사들 간에는 만남과 소통의 장소로 후손들에겐 기억해야 할 역사의 장으로 건립됐다. `이해와 화합`을 주제로 한 기념관, 구찌터널 등 베트남전쟁 참전 역사를 주제로 한 만남의 장 방문은 참전용사의 후손인 우리들이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 보고 베트남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편집자 주>

월남파병용사 만남의 장의 주요 시설인 월남참전기념관 전경이다.
월남파병용사 만남의 장의 주요 시설인 월남참전기념관 전경이다.

월남 파병 용사 만남의 장 들어서기까지
 한국군은 미국과 남베트남 정부로부터 베트남전쟁에 파병 요청을 받았다. 이에 한국군은 1차로 1964년 9월 22일 140명 규모의 이동외과병원과 태권도 교관단 파병을 시작했고, 2차로 2천여명 규모의 비 전투부대인 건설지원단(비둘기부대)을 파병해 남베트남 정부의 재건사업을 지원했다.
 그러나 남베트남의 사태가 계속 악화됐고, 미국과 남베트남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3차로 전투부대인 수도사단(맹호부대)과 제2해병여단(청룡부대)을 4차로 제9사단(백마부대)을 파병함으로서 연인원 32만명 이상이라는 최대 규모의 첫 해외 파병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그 파병의 역사를 기억하고 참전용사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파병 장병들이 훈련장으로 사용하던 옛 파월장병훈련장(제7보충교육단)을 △파병용사 기념의 장 △베트남교류 기틀의 장 △안보역사 교육의 장 △지역 홍보의 장이라는 네 가지 목적으로 건립했다.
 
만남의 장 구성요소
 월남파병용사 만남의 장(이하 만남의 장)은 `이해와 화합`을 주제로 한 기념관, 군부대 내무반 형태의 숙박동, 야외 피크닉장, 복원 된 옛 취사장, 월남재현마을(구찌터널, 전통가옥), 전투장비(탱크·자주포· 장갑차) 전시장, 사진 찍는 재미가 2배 증강현실(AR) 포토 존으로 구성돼 있다. 

월남전 당시 주요 공간으로 활용된 구찌터널을 재현한 지하 공간이다.
월남전 당시 주요 공간으로 활용된 구찌터널을 재현한 지하 공간이다.

 3만9788㎡(1만2035.87평)으로 구성돼 있고 총 사업비는 179억원(국비 68억/ 도비 44억/ 군비 67억)이 소요됐다.
 기념관(2112㎡)은 1~2층 전시실, 3층 소규모 회의실(20인), 상징조형물, 사무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념관 옆 야외에 설치된 병영체험 숙박동(3동, 807㎡)은 내무반형 4객실(80명), 가족형 6객실(40명), 옛 취사동 1동, 군부대 체험훈련장 6종, 전차 등 전투장비 5점이 구비된 상태이다.
 베트남 시설물은 구찌터널(157m), 전통가옥 6동이 위치해 있고, 추모비와 상징탑, 소운동장, 야구장, 식당(597㎡) 등 넓은 부지 내 다양한 시설들이 이용되고 있다.
 만남의 장은 1998년 11월에 만남의 장 최초 조성계획이 발표됐고, 2006년 4월 24일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로부터 현충시설로 지정받았고 2008년 10월 23일 개관에 이르렀다. 

월남재현마을(전통가옥)이 약식으로 조성된 모습이다.
월남재현마을(전통가옥)이 약식으로 조성된 모습이다.

넓은 부지만큼 이용률 높여야
 이토록 넓은 부지와 다양한 부대시설이 조성된 만남의 장이지만 연간 대규모 공식행사는 월남전참전자회 강원도지부가 개최하는 전몰장병 합동추모제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서서 중요해지고 있는 다크투어리즘(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의 일환으로 좋은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만남의 장은 개관 초반의 발길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매년 5월 29일이 해외 파병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한 기념일으로 정해진 가운데 올해 대한민국 월남전참전자회 강원도지부는 지난 5월 31일 만남의 장에서 해외 파병 용사의 날을 열었다. 강원도 회원 600여명은 참석했지만 지역사회의 무관심 속에 마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 월남전참전자회 강원도지부는 도 단위 기관장 16명과 국회의원 9명을 초청했지만 실제로 참석한 인원은 5명이고 이마저도 부기관장이 참석한 경우가 많았다. 

군대 체험을 할 수 있는 유격훈련 시설이다. 풀이 나고 발판 관리가 필요한 모습이다.
군대 체험을 할 수 있는 유격훈련 시설이다. 풀이 나고 발판 관리가 필요한 모습이다.

 한편, 만남의 장에는 월남전 참전유공자들과 가족들이 대부분 다녀갔지만 넓은 부지만큼 이용률은 뒤따라주지 않고 관리도 부실해 보인다. 
 지난 5월 16일 만난 한 참전유공자는 "최근에 들어서는 관리 인력도 부족하고 기념관을 제외한 다른 시설들은 관리가 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관광지로서 활성화를 시켜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돼야 하는데 갈수록 방문객이 적어지는 것 같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야외에 설치된 시설들은 잡초가 무성히 자라있고, 초창기 조성한 모습들이 대부분이라 최근 관광 동향과는 맞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2021년부터 화천군의회 길종수·모현미·최승운·노이업 의원은 "만남의 장을 활성화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돼야 한다"면서 계획을 수립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예산을 들여 호기롭게 웅장하게 시작한 만남의 장이지만 결국 사람이 남아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전락하고 있어 월남전 참전유공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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