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육신만 먹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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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육신만 먹는가?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7.14 10:48
  • 호수 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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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하는 스님이었지만 옆구리의 표주박만큼은 놓지 못하고 지니고 다녔다. 냇가 버드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어린이 하나가 두 손을 오므려 붙이고 물 마시는 것을 보고는 크게 깨달아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오로지 물 마실 때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소유한 표주박 하나가 집착임을 깨달은 것이다. 
 나이와 배움의 경지에 상관없이 어린아이에게조차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는 교훈의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의 기대 수명은 약 85세로 100년 전과 비교해보면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이렇다 보니 요즘은 거의 환갑잔치를 하지 않는다. 칠순이나 팔순 잔치도 가족과 가까운 이들만 참석해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동네가 떠들썩한 환갑잔치를 했다. 오래 산 것을 축하하는 의미와 더불어 동네의 어른으로 모시는 의식과도 같았다는 생각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신체만 늙는 것이 아니라 내면까지도 여물어 현명해진다고 믿었기에 어르신이라 부르며 존중했다. 
 환갑잔치가 사라져 버렸듯이 환갑의 나이로는 어른 대우를 못 받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늘어난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어른 대접을 못 받는 것이 아니라 아직 일해야 하는 나이 때문일 것이다. 
 돈을 벌어야 하기에 그 옛날 스님의 표주박처럼 내려놓지 못하는 무언가들이 어른의 길로 들지 못하도록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모두에게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고 아무도 육신의 노화를 막지 못하고 늙어간다. 잠자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드는 이유가 마음의 운동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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