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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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7.21 11:09
  • 호수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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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근대 한국의 대기업은 창업자 한 사람의 역량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모두 그룹으로 성장해 다양한 부분에서 경쟁하며 사업을 하지만, 창업주 시절만 하여도 모태가 되는 주력사업이 있었다.
 삼성은 식품과 방직에서 현대는 자동차와 조선업 등이 대표로 여겨진다. 그중 삼성의 창업주인 故이병철 회장은 호암자서전에 끝내 이루지 못한 세 가지를 골프, 자식, 미원이라 적어뒀는데 미원만큼은 쉽게 인정이 어려웠을 거라고 추측해 본다. 
 골프는 타고난 신체 능력과 시간이 많이 드는 운동이기에 기업인이 일정 이상의 기량을 가지기 어려웠을 것이고, 자식 농사야 신조차도 실패한 사업이니 인정하기 쉽겠지만, 당대 최고 기업인 제일제당이 중소기업인 미원과의 경쟁에서 패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포장지만 벗겨내면 요리사들과 전문가들도 제일제당이 만든 미원과 미풍의 맛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대리점에 미풍 발주금액만큼 가전제품을 경품으로 줘도 이기지 못할 만큼 미원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1가구 1미원의 시대를 정리한 큰 이유는 누군가가 제기한 검증되지 않은 인체 유해설 때문이었다. 핵산 조미료가 몸에 해롭다는 소문과 더불어, 배우 김혜자 씨의 유행어 "그래 이 맛이야"라는 대사가 담긴 광고와 함께 소고기와 멸치다시다 시대가 도래한 것이었다. 
 아무리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홍보해도 한 번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거짓된 정보와 호도는 진실보다 재밌고 대중의 관심을 받기 쉽다. 우리의 말들이 딱 미원만큼만 가미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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