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80대 노부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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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80대 노부부 이야기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7.28 00:00
  • 호수 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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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여행 │ 김종도 수필가
김  종  도수필가
김 종 도
수필가

 언젠가 `미스터 트롯` 1차 대회에서 임영웅이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란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문득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있었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오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이 가사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은 인생의 한 단면에 불과하지만 노래를 부를 때마다 또 다른 지난날의 더 많은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물론 마지막 가사 `여기 날 두고 ……` 때문이겠지만 누구나 다 겪어야 할 아니 피할 수 없는 공통분모이기에 가슴찡한 감정은 같을 것이다. 다시 못 올 그 머나먼 길을 우리들은 `구만리 황천길`이라지만 혼자 가지 않고 길동무가 있다면 어떨까?
 이제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입장에서의 너와 나를 서로 바꾸고, 우리 모두가 갖는 보통사람들의 삶이기에 어느 60대 노부부보다 더한 인고(忍苦)의 세월이 서럽지 아니하겠는가?
 보통 지나간 이야기들은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고 하지만 어언 8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도 더 똑똑히 기억되는 것은 그만큼 상처가 깊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태어나고 여덟 살까지 살았던 일본과 해방 후 너무나 가난했던 10대의 이야기들, 군대생활을 했던 그곳의 자취를 찾아본 것도 어쩌면 인생의 삶의 흔적이었기에 되돌아본 것 아니겠는가?
 부모는 자식이 어떤 잘못을 해도 자기가 잘못 가르쳤고 잘못 키운 죄라면서 모든 책임을 지려고 하며, 80대 부모가 60대 자식을 보고 "길 조심해라. 차 조심해라" 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라고 한 주례사 생각이 난다. 
 또 향교에서 실시하는 체험 활동 프로그램 중 한문 퍼즐 맞추기를 하는데 주자(朱子) 십회(十悔)의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란 말도 생각나고 논어 「이인(里仁)」 편에 `자왈부모지연불가부지야(子曰父母之年不可不知也) 일즉이희일즉이구(一則以喜一則以懼)`라는 말도 나온다. 공자가 말하기를 부모의 연세를 알지 못해서는 안 되고, 한편으로는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다는 말인데 즉, 나이 많은 부모를 생각하면 오래 산 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돌아갈지 모르니 두렵기도 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 자신이 당하는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친다는 아이러니한 사실들이 인생 이정표의 현주소를 파악하지 못한 어리석음을 간직하고 있으니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엄마표(할머니표) 자식 걱정은 유난하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자식 걱정뿐이다. 심지어 시집간 딸이 60이 넘어도 계절마다 농사지어 수확한 농산물과 철따라 수산물(사서라도)을 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황혼이 기우는데 순서가 없기에 그저 견뎌내고 있다.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노래를 불러본다.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이 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찾아본다. 
 "나이는 내가 얼마를 살았는지를 알려 주지만 어떻게 살았는지는 알려 주지 못한다" 라는 말이 있듯이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살았는가 보다 어떻게 살았는가가 중요하고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기에 살기가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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