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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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타임즈
  • 승인 2023.08.10 15:10
  • 호수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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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요즘은 어린이 놀이터보다 운동기구가 늘어선 공간들이 쉽게 눈에 띈다. 공원이나 산책로 주변에 정부가 조성한 운동기구들이 들어서 있는데 신청만 하면 소규모 아파트 단지에도 설치를 해주고 있다고 한다. 노년 인구가 늘어가는 요즘 건강을 챙기려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설치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때때로 너무 뚱딴지같은 곳에서 덩그러니 녹슬어가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개구쟁이여도 상관없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광고가 유행하던 시절만 해도 놀이터에는 철봉과 미끄럼틀, 시소와 그네가 있었다. 그중 시소만은 둘 이상이 돼야만 탈 수 있고 무게가 비슷하지 않으면 무거운 쪽이 앞으로 앉아야만 중심을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어른과 아이처럼 몸무게가 너무 차이가 날 때는 무거운 쪽이 일방적으로 들었다 놓기를 반복해야만 한다. 서로 즐기는 게 아니라 어른에게는 노동으로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버지나 삼촌이 사랑하는 아들과 조카를 위해 시소에 앉아 놀아준다고 해도 시간이 길어지고 매일같이 타자고 조른다면 마냥 들어주기가 힘들 것이다. 
 우리 세상살이는 매일 눈에 보이지 않는 시소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성장해 독립하기 전까지는 부모에게 끝없이 올려달라 내려달라 조르며 보내고 어른이 되어 자식을 가지는 순간부터는 반대로 자식에게 갚으며 살아가는 듯하다. 혈연으로 이뤄진 관계야 받았으니 주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도 끝없이 자신보다 무거운 이들을 찾아 들었다 놓아주기를 원하는 이들이 자꾸만 늘어가는 것 같다. 
 어린 시절 놀이터마다 놓인 시소가 무게중심을 잡으며 성장하기를 바라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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